"병원 갔다가 무서워 돌아왔어요"…'백신포비아'에 부모들 '어쩌나'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독감 예방주사접종소에서 한 어린이가 독감 백신을 맞고 있다./사진=뉴스1

"독감 주사 맞히려 병원 갔다가 무서워서 그냥 돌아왔어요."

독감 백신 주사를 접종한 이후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독감 백신 포비아(공포증)'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더해 독감 유행까지 찾아왔지만 사망사고 소식에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영유아 부모님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국서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17건…"독감 피하려다 큰일 날까 봐…"
22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독감 백신을 접종한 이후 사망한 사례는 이날 낮 12시 기준 17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에만 전국적으로 7건의 사망 사례가 추가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독감 유행이 맞물리자 특히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면역력이 낮아 독감 감염에 취약하지만 잇단 사망 사고에 백신 접종을 주저하면서다.

18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모씨(28)는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을 때 독감주사를 맞으려고 했는데, 사망 기사가 계속 나와서 주사를 맞지 않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독감 피하려다가 큰 일이 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일단 백신 접종은 미뤘다"며 "사망한 사람들의 원인 조사가 명확하게 끝나면 그때 접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부모들의 우려 섞인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뒀다고 밝힌 누리꾼 A씨는 "학교 같은 반 친구들 대부분이 주사를 맞았고 우리 아이를 포함해 3명 정도만 주사를 안 맞았다고 하더라"며 "그래도 사고 소식 때문에 찜찜해서 고민"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 B씨는 "7세 아들과 같이 추석 전에 미리 맞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맞지 않았을 것 같다"라며 "독감 주사를 맞고 나서 열이 올랐는데 내년부터는 불안해서 못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예방접종과 사망 관련성 확인 안 돼…전문가도 "질병관리청 의견 동의, 백신 맞아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방역당국은 아직 예방접종과 사망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망 원인이 백신 원료가 되는 '유정란의 독성물질이나 균'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독감 백신 유통 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독성물질 검증을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아울러 예방접종과 사망 관련성은 낮다면서도 생산부터 유통과 분배, 접종까지 전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했다.

정 청장은 "백신 제품이나 독성 문제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도 판단하고 있다"며 "의무기록 조사와 부검으로 원인을 찾고 인과관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데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감염학 전문가들도 예방접종과 사망 관련성이 낮다고 분석하면서 고위험군읜 접종을 맞아야한다고 조언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사례들이 예방접종의 직접적인 부작용이라기보다 고령이나 기저질환과 연관돼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질병관리청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접종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보다 접종을 했을 때 예방으로 얻는 이득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특히 고위험군은 예정대로 접종을 맞으시길 추천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