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10조 매물폭탄 부담 줄었다"…떠났던 개미들 돌아오나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0.11.3/뉴스1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증권업계가 “주식투자 활성화를 위해 반가운 일”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최근 변동성 장세와 연말 매물 부담감에 한풀 기세가 꺾였던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정부의 기존 방침은 대주주 금액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는 대신 가족보유분 합산에서 개인별로 수정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발이 거셌다.


특히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비중이 늘어나 연말 대주주를 피하기 위해 대규모 매물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과세 기준일은 4월1일이지만 대주주 판단 기준은 전년 12월 말이라 대주주가 되지 않으려면 연내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정부 기존 방침을 전제로 올 연말 최대 10조원의 매물 폭탄이 나올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2017년 12월 역대 최대 규모인 5조1314억원(코스피·코스닥 합산)의 두배 규모다.

2017년은 증시 활황기로, 연초 2000선이었던 코스피지수가 2500선까지 급상승한바 있다. 올해는 개인들의 주식 투자에 불이 붙었고 대주주 기준도 대폭 낮아질 예정인만큼 연말 매물이 두배로 불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시장은 걱정을 반영했다. 10월중 미국의 대통령 선거, 코로나19(COVID-19) 재확산 등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겹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완연히 꺾였다.


10월 개인들의 순매수 금액은 코스피 1조2698억원, 코스닥 1조9387억원으로 9월 코스피 4조9663억원, 코스닥 2조6568억원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다.

물론 정부가 대주주 기준 유예 방침을 정했지만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것인 만큼 12월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려했던 만큼의 수준은 아니라는 데 안도하는 모습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주주 요건 강화 때문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시작하고 있었는데 추가적인 수급 불안은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가가 보여주듯 시장은 환영하는 모습”라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88%, 코스닥지수는 1.93% 상승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 팀장도 “대주주 10억원 기준 유지로 연말 매물 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수급 심리 불안은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본다”며 “연말로 갈 수록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회피 움직임은 나오겠지만 불안감은 경감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43.15(1.88%) 포인트 오른 2343.31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5.51(1.93%)포인트 오른 818.46에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5원 오른 1134.1원에 마감했다. 2020.11.3/뉴스1

염동찬 이베스트증권 연구원도 “새로 과세될 예정이었던 3억~10억원 범위의 투자자들의 매물 우려가 사라진 점은 증시에 큰 위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연말 개인들의 매물이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은 기관들의 숏커버(환매수) 영향이 있었는데 올해는 공매도가 중지돼 숏커버 매수세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염 연구원은 다만 “10억원 이상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보유 주식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연말 매물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발표 시기를 문제삼는 지적도 나왔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많은 자산가들은 10월에 이미 주식 비중을 줄였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대주주 요건 강화로 국내 주식의 세제 혜택이 줄어들자 자산가들이 해외 주식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연말 매물 폭탄 우려가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2023년부터 주식 투자에 대한 양도세 과세도 예정돼 있어 이번 기준 유지로 다시 국내 주식의 투자 매력이 늘어날 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