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결혼 후 캐스팅 차별받았다는 박하선, 사실이라면…

작사가 김이나, 배우 박하선(오른쪽) /=카카오TV 웹예능 '톡이나 할까?' 캡처

배우 박하선이 한 웹예능에 출연해 결혼 후 전과 달라진 캐스팅 분위기를 언급했습니다.​

박하선은 지난 17일 김이나 작사가가 진행하는 웹예능 '톡이나 할까?'에 출연해 열애설 후 2년 간, 류수영과 결혼 후 2년 동안 작품 출연이 끊겼다는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그는 "애 낳기 전에는 일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며 육아의 어려움과 경력 단절의 서글픔을 내비쳤습니다.


박하선은 결혼 후 본인도 유부남이면서 "미혼하고만 작품하겠다"는 일부 배우들이 있어 한동안 캐스팅 순위에서 밀렸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기혼이라는 이유로 채용·업무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았다면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기혼 근로자에 불이익 줬다면 벌금 500만원…연예인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ㆍ키ㆍ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이나 미혼 조건을 요구하는 것을 성차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혼이 아니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여기에는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별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 제37조 제4항)

다만 이는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근로자들에게 적용됩니다. 문화예술인으로 분류되는 연예인·배우의 경우, 사업주가 채용·업무 시(출연 계약 시) 미혼 조건을 요구하더라도 남녀고용평등법을 근거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문화예술인 직종은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 또는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노동자)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노동권 사각지대 특고노동자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이를 적용대상인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특고노동자의 경우,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임계약 또는 도급계약에 의거해 고객을 찾거나 노무를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아 생활하는 개인 사업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차량 운전사, 방송구성작가, 퀵서비스배달원, 학습지 방문교사 등 특고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 관련 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특고노동자와 관련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입니다. 2020년 11월 현재 220만명 이상에 달하는 특고노동자들이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돼 있습니다. 특고노동자 및 프리랜서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특고노동자에 해당하는 배우는 촬영장에서 작업환경 또는 작업행동 등 업무상의 사유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더라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고, 작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고용보험을 근거로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없습니다. 이에 일각에선 배우와 같은 특수 직종의 경우, 근로기준법 또는 감정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산업재해보상법 시행령을 근거로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법원은 방송연기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은 부정한 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한 바 있습니다.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인 6개의 주요 요소 중 일부가 약하지만, 방송연기자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방송사업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글 : 법률N미디어 인턴 이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