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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알, 살려고 삼켰다"…세월호 트라우마 시달리는 두 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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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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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청구' 제주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윤길옥씨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악몽은 현재진행형"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 세월호 생존자 윤길옥·김영천·장은복씨와 김동수씨의 아내 김형숙씨(왼쪽부터)가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2021.4.13/뉴스1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 세월호 생존자 윤길옥·김영천·장은복씨와 김동수씨의 아내 김형숙씨(왼쪽부터)가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2021.4.13/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는데 여전히 그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둑한 하늘 아래 부슬비가 내리던 13일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을 구하려다 다친 '의인' 김동수씨(56)의 아내 김형숙씨와 윤길옥씨(56)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화물차 기사였던 김동수씨와 윤길옥씨는 2015년 6월18일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로부터 나란히 의상자로 인정받았던 이들이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사흘 앞둔 이날 두 사람이 함께 법원을 찾은 것은 국가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배·보상을 받고 싶다는 취지다. 소장에는 김동수·윤길옥씨뿐 아니라 제주 세월호 생존자 13명의 이름이 더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은 소장 제출 후 뉴스1과 만나 세월호 참사 후 악몽 같았던 지난 7년의 삶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들은 "세월호의 악몽은 7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며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렸다.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불리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56)가 지난 2016년 4월25일 제주시 에스중앙병원에서 '김동수와 환희들 4·16 합창단' 주최로 열린 '아픈 사람끼리 작은 음악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2016.4.25 /뉴스1 © News1 DB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불리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56)가 지난 2016년 4월25일 제주시 에스중앙병원에서 '김동수와 환희들 4·16 합창단' 주최로 열린 '아픈 사람끼리 작은 음악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2016.4.25 /뉴스1 © News1 DB

김동수씨는 세월호 참사 후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불린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까지 몸에 소방호스를 감고 학생들을 끌어올리는 그의 모습을 본 이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러나 그는 죄인처럼 산다. 더 많은 학생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부채감 때문이다. 그렇게 그에겐 피할 새도 없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찾아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슬픔, 분노, 고통 등의 감정이 교차하고,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

극심한 불안을 느낄 때면 자해도 했다. 2015년 12월에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장, 2016년 4월에는 제주도청 로비, 2018년 7월에는 청와대 앞, 2019년 5월에는 국회 앞에서 그랬다. 그때마다 그는 조속한 진상 규명과 치료 지원을 호소했었다.

2019년 11월부터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2019년 5월 자해 후 이송된 응급실에서 벌어진 의료진과의 실랑이가 화근이 됐다. 김씨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자 정식 재판을 청구해 지난해 9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현재 그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7년간 심리상담은 물론, 음악·미술치료에 마라톤까지 뛰며 세월호의 악몽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기도 했지만 여전히 과거의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불과 사흘 전에도 정신과 약 30알을 한꺼번에 삼킨 뒤 쓰러져 계속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아내 김형숙씨는 "남편 휴대전화를 보니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까지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싶다'는 미전송 문자가 있었다"며 "죽으려고 약을 먹은 게 아니라 살고 싶어서 약을 먹은 것"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아내 김씨는 "남편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소송도 필요 없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여기(법원)까지 온 것"이라며 "색안경 낀 눈으로 보지 말고 생존자들이 겪는 고통, 생존자들의 가족이 겪는 고통에 공감해 달라"고 호소했다.

제주 세월호 생존자 윤길옥씨(56)가 13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뉴스1과 인터뷰 중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입은 화상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2021.4.13 © 뉴스1
제주 세월호 생존자 윤길옥씨(56)가 13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뉴스1과 인터뷰 중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입은 화상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2021.4.13 © 뉴스1

윤길옥씨는 세월호 생존자 중에서도 부상이 심한 편에 속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온수기가 넘어지면서 두 다리에 2~3도 화상을 입은 그다.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일행과 함께 온수기를 부여잡았던 그는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난 뒤 세월호에서 빠져나왔다.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윤씨는 요즘도 수술대에 오른다. 화상 부위에 피부를 이식하거나 파열된 어깨 인대를 치료하는 수술의 반복이다. 당장 23일에도 어깨수술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그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훨씬 크다"고 한숨을 내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이다.

실제 그는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도통 잠을 못 잔다. 불이 다 꺼진 캄캄한 곳에서도 그렇다. 수면제를 먹고 불이 켜진 곳에 누워야 겨우 2~3시간 정도 잘 수 있다고 힌디. 이 같은 수면장애로 현재 그는 가족과도 떨어져 홀로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윤씨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른 건 딸의 고통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의 딸은 미처 졸업도 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윤씨는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다시 운전대를 잡아 보기도 했는데 번번이 어려웠다"면서 "어쩔 수 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로 생계를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이어 "모든 세월호 생존자들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제대로 된 피해 보상과 진상 규명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 세월호 생존자 윤길옥씨(56)가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2021.4.13 © 뉴스1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 세월호 생존자 윤길옥씨(56)가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2021.4.13 © 뉴스1

한편 두 사람을 비롯한 제주 세월호 생존자 15명은 제주지방법원에 국가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3억원으로 향후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법상 배·보상금 신청 기간이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로 짧았던 탓에 2015년 당시 불완전한 후유장애진단서를 낼 수밖에 없었고, 또 생활고 등으로 정부가 요구한 '이의 불가' 동의서에도 서약할 수밖에 없었다며 배·보상금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정부를 향해 Δ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Δ세월호 생존자 지원 Δ졸속적 배·보상금 지급에 대한 사과 Δ시한 없는 세월호 피해자 지원 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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