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투여에 5억 드는 혈액암 항암제, 치료 나선 이유는…"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CAR-T 세포치료센터장(혈액종양내과 교수)/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다음달이면 국내 환자에게 처음으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세포치료제인 킴리아(Kymriah)를 투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달 말에는 환자의 림프구를 채취해서 미국 제조시설로 보내고 최종 의약품으로 출하되기까지 3~4주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CAR-T 세포치료센터장(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워낙 고가의 치료제고 국내 첫 치료 사례이다 보니 아직 급여나 의약품 제조, 시술 등에 관해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CAR-T 치료제는 개별 환자에게 채취한 면역세포(T세포)를 3~4주에 걸쳐 외부에서 재조합하고 나서, 환자에게 주입하는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다.

재조합 과정에서 환자 혈액에서 얻은 T세포가 암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다. 유전자 조작을 거친 면역세포는 암세포만을 찾아 정확히 표적하면서도 체내 정상세포 손상은 최소화해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혈액암 등에서 뛰어난 치료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하는 과정을 거쳐 미국에서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다시 환자 맞춤형 치료제로 제작해 국내에서 투약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고가의 약이고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지만 모든 환자가 치료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김 센터장은 "'킴리아'의 현지 약가는 35만달러(약 4억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환자가 입원해서 림프구를 제거하는 등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까지의 의료비용을 모두 합하면 5억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이 약이 이렇게 고가인데도 주목받는 이유는 모든 치료를 다 끝내고 잔여 수명이 6개월 남짓 밖에 남지 않은 환자들이 투약받고 나서 50%에 육박하는 5년 이상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킴리아는 거대 B세포 림프종과 25세 이하의 급성 B세포 림프구성 백혈병에서 표준항암치료가 효과 없을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김 센터장은 "현재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두 가지 적응증의 경우 연간 6500명 안팎의 환자가 발생한다"며 "이중 표준항암치료,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등의 기존 치료법이 통하지 않아 CAR-T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의 수는 약 400~700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학적 수요가 있는 환자군을 연 500명으로 가정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부담이 가기 때문에 급여 등재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킴리아가 추후 보험급여에 등재된다고 해도 고가의 CAR-T 치료제 약가가 글로벌 제약사로만 수혜가 돌아가지 않도록 국산 치료제 개발도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인 큐로셀과 함께 미래의학연구원 내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시설을 마련하고 CAR-T 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준비했다.

삼성서울병원 CAR-T 세포치료센터/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지난 4월 초 문을 연 삼성서울병원 CAR-T 세포치료센터는 지난달 20일 첫 환자 투약을 시작으로 큐로셀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임상 1상을 시작했다. 이달 6일에는 두번째 환자에 치료제를 투여할 예정이다. 투여 대상은 모두 재발성·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군이다.

큐로셀의 CAR-T 치료제인 CRC01은 올해 9명 규모 임상 1상을 마치고 약효와 안전성을 평가한 뒤 2023년까지 90여명 규모의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2023년 식약처 품목허가를 얻은 뒤 2024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올해는 센터 내에서 한 달에 최대 4명의 환자를 치료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수용여력을 월 8명까지 확대해 연간 100명 규모의 환자를 치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CAR-T 세포치료센터는 센터장인 김원석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중심으로 같은 과 김석진·김기현·윤상은·김지연 교수, 소아청소년과 유건희·주희영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치료 후 종합적인 관리를 위해 감염내과, 신경과, 순환기내과, 중환자 의학과 등 관련 분야 여러 전문가들이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다학제 진료가 필요한 이유는 임상과정에서 알려진 부작용 등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킴리아를 포함 CAR-T 치료제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으로 '사이토카인 폭풍'(CRS,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 등이 거론된다. 킴리아 역시 초기 임상에서 CRS로 인해 여러 명의 환자가 사망하고 임상이 전면 중단되는 사건도 겪었다. 그러나 현재는 사이토카인의 주요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대처할 해결법이나 약제 정보가 공유된 상황이다.

김 센터장은 "임상 과정에서 보고된 CRS, 신경학적 증상 등은 일반적인 항암치료에는 나타나지 않는 부작용이기 때문에 센터 내 전담 인력을 갖추고 의료진이 이런 부작용에 대비해 완전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센터 자체가 '작은 병원'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CAR-T 세포치료센터장(혈액종양내과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