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28㎓ 망 구축, 꿈이 컸나…통신업계도 "사실상 포기"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5.4/뉴스1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롱텀에볼루션)보다 이론상 속도가 20배 빨라 '진짜 5G'로 불리는 28㎓ 5G 서비스 정책이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8㎓ 망 구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놓은 데다 통신업계도 수익성 부족으로 당초 목표했던 투자를 사실상 포기해서다.

"28㎓ 5G, 사실상 계륵?"

임 후보자는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 28㎓ 대역 5G망 구축과 관련해 "통신사들이 망 구축 약속을 어기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올해 말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28㎓ 대역을 이용한 5G 서비스 모델도 많이 없고, 기술과 장비 성숙도도 높지 않다"고 답했다. 연말까지는 기존 계획 이행 여부를 지켜보되, 28㎓ 망 구축 실적과 활용도 등을 감안해 결론을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선 28㎓ 대역을 B2C(일반 소비자용) 서비스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통신사에 망 구축 만을 강요하는 정책은 재검토해야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부가 5G 활성화를 위해 사업모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2018년 무리하게 28㎓ 주파수 경매를 실시한 데 따른 부작용이란 비판도 이어졌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 B2C 단말기도 공급되지 않았는데 사업계획서를 냈으니 깔라는 것이냐"며 "비용이 올라가고 이용자에게 전가된다. 정책이 잘못됐으면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실상 계륵인데 28㎓를 상용화하겠다는 약속 때문에 억지로 가는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28㎓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고 있는데 기지국 투자를 계속 하라는게 맞는가"라고 재차 물었다. 임 후보자는 "검토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통신 3사가 주파수이용계획서에 제출한 5G 기지국 연도별 기지국 구축 계획. /사진=양정숙 의원실

통신업계 "손상차손 인식…사실상 포기"

통신 3사가 당시 목표로 제출한 기지국 수는 △SK텔레콤 1만5215대 △KT 1만5000대 △LG유플러스1만5000대 등 4만5215대에 달한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3월말까지 통신 3사가 구축한 기지국 수는 91개에 불과에 불과하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28㎓ 5G 기지국 구축 이행 점검을 실시한다. 망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전파법에 주파수 할당 취소도 가능하다. 주파수 할당대가 6200억원도 반환되지 않는다.

통신업계에선 그러나 28㎓ 망 구축과 관련해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주파수 할당대가 대부분도 회계상 손상처리했다. 사실상 기지국 구축 계획을 포기한 셈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28㎓ 주파수 이용권은 경영자가 의도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납입대가 2073억원 중 1860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고 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1909억원, 1941억원씩 손상차손을 잡았다.

업계에선 정부가 주파수를 회수해 가는 게 더 낫다는 자조까지 들릴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주파수 경매 당시 3.5㎓ 주파수를 가져오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28㎓ 기지국 구축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3.5㎓ 대역 5G 전국망을 구축하기도 버겁다"고했다.

"공동구축도 어려워…수요 발굴이 급선무"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최기영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왼쪽 세 번째부터), 황현식 LG 유플러스 대표(왼쪽 네 번째),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등이 1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개최된 '농어촌 5G 공동이용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4.15/뉴스1

정부는 통신 3사가 3.5㎓ 대역에서 함께 구축하는 농어촌 공동망처럼, 28㎓ 대역 기지국도 공동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임 후보자는 "28㎓ 5G 기지국 공동구축을 이행사항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한 대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28㎓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중간에 조금만 간섭이 생겨도 연결이 끊겨버리는 단점이 있다. 예컨대 A통신사가 망을 구축한 지역에서 B통신사의 네트워크 지역으로 넘어갈 때 끊김이 발생할 수밖에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8㎓가 스마트팩토리 등 기업용서비스(B2B)에 특화돼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통신 3사가 기업용 서비스 수주를 위해 서로 경쟁하고 상황이어서다.

이런 이유로 28㎓ 5G 서비스의 경우 생태계 조성과 수익모델 창출을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3월 '28㎓ 5G 구축 활성화 전담반(TF)을 발족했다. 통신 3사와 삼성전자 등 장비업체, 유관 기관 등이 참여하는 TF다. 28㎓ 주파수 대역 수요 발굴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제조사의 선제적 공급방안 제시 △제조사-이통사-SI업체 매칭 등 협의 △비통신사 수요 발굴 등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