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행보" vs "오버페이스"…각계각층이 바라본 오세훈의 한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3일 오후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비전 2030 위원회 발대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한 달 동안 코로나19(COVID-19) 방역·부동산 정책 등에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드러낸 가운데 전문가·시민단체와 시의회·국회 등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부동산 투기심리를 자극했다는 비판과 여권과의 소통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일선 학교에 자가진단키트를 시범 도입하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부동산 문제에서는 당초 공약처럼 규제완화보다는 속도조절에 나서 합리적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는 호평도 나온다.


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여당 일색'인 시의회도 전임 시장의 사업이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지속하는 등 정책 연속성을 살린 것에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시의회는 전임 시장의 정책을 뒤집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여러번 밝혔다.

오 시장은 시의회의 협조가 필요한 현실을 감안해 취임 직후 시의회에 방문해 자세를 한껏 낮추는 모습을 보여왔고 공조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 109석 중 101석이 민주당 소속이다.

다만 취임 전 공약과 이후 행보가 다르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윤기 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오 시장 재출범 후 첫 30일 평가는 기대 이하"라며 "선거 전 공약들이 모두 오락가락이다. 집값 잡겠다던 재개발, 재건축 관련 '일주일 안에 규제를 풀겠다'던 발언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일대 혼란과 가격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오 시장의 현재 행보대로라면 시의회와의 '허니문'이 끝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의회 의장단 관계자는 "오 시장의 시정 철학은 존중하지만 전임 시장의 조직이라는 이유로 서울민주주의위원회 등을 통폐합하려는 시도는 민주성이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다"며 "짧은 임기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너무 많은 이슈를 내는 등 '오버페이스' 모습도 보이는데 무엇보다 시의회와의 소통이 먼저"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후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비전 2030 위원회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방역 패러다임 제시 '긍정적'…부동산엔 '신중한 메시지'"자가검사키트 도입 등 코로나19 방역 정책에는 전문가들의 긍·부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가 높지 않아 신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오 시장이 검사 편의성 장점이 있는 자가검사키트의 상용화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광주 한 고등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데 이어 서울에서도 백화점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가정에서부터 검사가 필요한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자가검사키트다. 학생들이 집에서 검사하고 음성일 때 학교·학원 가고 직장인도 하루 이틀 간격으로 검사해서 양성일 때 PCR 검사 하는 등 정기적 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비전 2030 위원회를 출범으로 서울의 중장기 과제에 대한 전문가 조언을 구하는 통로를 만든 것은 호평 일색이다. 위원회는 6개 '분야별 분과'와 2개 '특별 분과'로 나눠 운영된다. 분야별 분과는 △비전 전략 △글로벌 도시경쟁력 △안전·안심 도시 △도시공간 혁신 △스마트 도시 △공정·상생 도시 등이다. 각 분과별로 민간위원과 실·본부·국 간부급 공무원이 함께 참여해 행정에서 사업성과 추진가능성을 검토한다.

위원회 분과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도시공학, 복지학, 사회학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정책을 발굴하는 통로를 만들었다"며 "서울을 더 나은 도시로 만드려는 정책적 의지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오 시장이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의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한 행보를 보인 점을 높게 평가했다. 오 시장은 취임 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진 가운데 서울시가 주요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뛰자 시장 안정을 위해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취임한 지 이제 한 달이 됐기 때문에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을 일으킨 전임 시장의 정책들을 아직 개선하지 못했지만 시장에 신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서울시는 의지를 가지고 과거 오 시장 재임 시절 처럼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전임 시장 시절 분양가를 부풀렸는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중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예산 낭비 최소화, 시민 편의성 등을 고려해 현행을 그대로 유지키로 한 것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실련·도시연대 등 9개 단체는 "약속과 달리 공사를 중단하고 공론화를 재개하지 않았다"며 "광장 조성의 내용과 방식, 시기에 대해 시민과 폭넓게 협의하는 과정도 없었다"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등 참석자들이 6일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서 열린 '세종대로 사람숲길, 봄을 걷다' 개장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투기심리 자극"vs"합리적 행보" 엇갈린 여야 평가여야 반응은 엇갈린다. 후보 시절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이슈를 강조하면서 집값 안정보다는 투기심리를 강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부동산 민심으로 압승한 오 시장이 부동산 공급을 말할 줄 알았더니 투기를 자극해 오히려 집값을 더 올린 효과가 나왔다"며 "많은 시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한 달 동안 부동산 문제는 하나도 해소하지 못하고 결국 민주당 탓으로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결국 무산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시의회와의 협치를 강조하는 오 시장이 행동이 아닌 말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원내 관계자는 "선거하기 전에는 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취임 이후에는 오 시장이 보이지 않는다. 시의회 등 여당 측과 협의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며 "시의회와 이것 저것한다고 말은 많이 했지만 실제로 변한 것은 없다. '시의회가 발목을 잡는다' 프레임보다는 실질적 협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생보다는 존재감을 부각하는 '자기 정치'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처음 만나서 전직 대통령의 사면 얘기를 한다는 것은 민생보다는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 시장이 내실을 취하는 방향을 추구하며 시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토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재건축·재개발 관련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데 지난 정권에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 일을 오 시장이 나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등 진정시키고 있다"며 "오 시장이 공약을 이행하면서 시장에 신뢰를 주고,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이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시의회 대다수가 민주당인 현실을 고려하면서도 본인의 정책을 잘 실행하고 있다"며 "과거 처음 시장을 할 때는 독선적인 모습이 있었지만 이번엔 본인이 할 수 있는 경계 안에서 해나가고 있다. 야인 생활을 오래한 끝에 다시 시정에 임하다 보니 과거보다는 다듬어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야당 관계자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적절하게 했고, 광화문광장 공사는 반대여론도 많지만 그럼에도 합리적인 결정한 점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며 "재건축·재개발과 관련해서 보수 쪽 여론이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도 집값 상승 등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모습, 시의회에서 자세를 낮추는 모습 등 합리적인 행보를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