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의붓아들 여행가방 가둬 살해…계모, 징역 25년 확정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9세 의붓아들을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지난해 6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스1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두고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계모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살인,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1)의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1일 충남 천안시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군(당시 9세)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평소 A씨는 동거하던 남성 C씨가 전처와 낳은 자녀 B군을 상습적으로 학대했다. A씨는 B군이 집안 물건을 버린다고 의심하며 옷걸이나 나무주걱 등으로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에는 A씨 친자녀의 게임기를 만졌다는 이유로 B군을 여행용 가방 안에 가뒀다. 당시 A씨는 여행용 가방 지퍼를 닫은 채 7시간여 동안 방치했다.

당시 B군이 "숨이 안 쉬어진다"고 호소했음에도 A씨는 가방 위에 올라가 뛰거나, 지퍼를 열고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는 등 학대 행위를 이어갔다. B군은 결국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1심은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피해자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점철된 살의만 느껴진다"며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훈육이었을 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2심은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뿐 아니라 살인 혐의까지 적용했다.

2심은 A씨가 B군이 가방 안에서 호흡곤란이나 탈수 등으로 충분히 사망할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점, 다른 자녀들에게 '나오지 못하게 하라'고 말한 점 등을 언급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살인 고의가 인정되는 이상, 범행이 상습적인 아동학대 경향에서 발현된 것이라고 해도 살인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다"며 1심보다 높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및 아동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했다.

A씨와 검사 양측이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