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만 봐? "20년 만에 물 들어온 이곳" [서학keep]

사진=AFP

유로존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회복을 시작하면서 유로존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주가 오름세도 눈에 띄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유럽 증시 4분기까지 계속 오를 듯"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중대형주로 이루어진 MSCI EMU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미국 달러 기준으로 13% 가까이 뛰었다. 비슷한 선진국 주요 지수에 비해 2%포인트(p)가량 높은 성적이다. 자산운용사 CPR의 바스티앙 드루 전략가는 "유럽은 지난 수년 동안 (투자자들로부터) 간과돼왔다"면서 "오랫동안 관심 밖에 밀려나 있던 유럽 증시가 이제는 따라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로존이 코로나 팬데믹에서 더블딥(이중 침체)에서 벗어나고 백신 수급도 안정화하면서 전문가들은 유럽 증시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유럽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65%는 유로존 주식이 올해 4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 것이다. 베어링자산운용의 아그네스 벨라쉬 전략가는 "유럽이 이제 날아오를 때"라면서 "이 기회는 아직 증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유럽 증시를 떠받치는 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달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경제가 4.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한 회복세에 힘입어 기업들의 순익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팩트셋에 따르면 영국을 제외한 MSCI 유럽지수 편입 기업들의 올해 평균 순익 성장률은 41.3%로 추산돼 미국의 33.3%를 웃돌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도 유럽 주식의 투자 매력을 더한다. MSCI 유럽지수의 경기조정 주가수익(CAPE) 비율은 21배로 미국의 35.3배보다 훨씬 낮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 예일러 교수가 개발한 CAPE 비율은 시장 과열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이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자산관리회사 슈로더의 아자드 방가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은 이제 가장 선호되는 시장"이라며 "유럽 경제가 반등하고 있으며 현재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미국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가 찍은 유럽 주식은

/사진=AFP

모건스탠리도 올해 하반기 가장 주식 투자가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유럽을 찍었다. CNBC에 따르면 지난 16일 낸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럽 증시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다른 선진국 시장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증시는 올해 여름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기업 수익 압박, 양적완화 둔화 가능성 때문에 흔들릴 수 있지만 유럽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매력과 강력한 수익 성장 기대감, 하반기 EU 경제회복기금의 본격 집행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MSCI 유럽지수와 영국의 FTSE100지수가 향후 12개월 동안 10%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10% 이상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글로벌 투자자를 위한 유럽 주식'을 선정하기도 했다.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노바티스, 사노피, 비오메리외(Biomerieux), 프레제니우스 등이 올랐고, 유틸리지 부문에서는 토탈, 에넬, 네스테가 포함됐다. 정보 서비스업체 볼러스클루베(Wolters Kluwer), 위생 서비스업체인 렌토킬이니셜도 추가 상승 여력이 큰 종목으로 꼽혔다.

주의할 점? 변수는 연준 통화정책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갑작스러운 통화정책 변화가 유럽 증시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마틴큐리의 제리드 오스마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 투자는 유로존 경제를 보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면서 연준이 현행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경우 유럽 증시까지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연준 정책위원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부동산 과열 등을 우려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발언이 잦아지고 있다.

오스마니 매니저는 "주식 시장은 서로 높은 수준의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에 미국이 떨어지더라도 유럽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문디의 캐스퍼 엘그린 주식 부문 총괄 역시 "펀더멘털 측면에서 유럽은 상승 여력이 여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유럽 증시가 도피처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