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슈퍼사이클'인데…中企 덮친 원자재·인력난 태풍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기사내용과 사진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현대중공업

중소 조선업계가 원자재 급등과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인력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중소업체들은 철강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비용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더구나 다음 달 부터 50인 미만 중소업체에서도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있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27일 중소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135,700원 ▲5,800 +4.46%)과 대우조선해양 (32,950원 ▲1,300 +4.11%), 삼성중공업 (10,160원 ▲270 +2.73%) 등 주요 대기업의 선박 수주가 잇따르고 있지만,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글로벌 경기침체와 선박 수요급감으로 10년 가량 암흑기를 겪었던 조선업계는 최근 노후선박 교체주기와 환경규제 확대에 따른 신규발주, 코로나19(COVID-19) 이후 경기반전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10년 주기 '조선업 슈퍼사이틀'에 접어든 상황이지만 중소 조선·부품업체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중소 조선업체 A사 관계자는 "조선업이 호황이라는 건 대기업에 국한된 얘기"라며 "대기업들은 올해 5개월 간 수주량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중소업체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기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중소 조선업체들은 올해 전망이 암울하다고 응답했다. 중앙회 설문조사 결과 조선산업 관련 중소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6.7%는 올해 말 기준 예상 경영 실적이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38.0%는 오히려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이를 납품 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비용 부담이 가장 컸다. 산업통산자원부 원자재 가격동향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중국 수입)은 지난 23일 기준 1t(톤)당 216달러로 지난해 100달러 선에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이같은 원가 상승 시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58.7%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선업 부품제조업체 B사 관계자는 "공급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실질적인 계약구조상 이익으로 이어지긴 어렵다. 결제를 미루거나 추후에 떨어질 것을 염두해서 가격을 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선 기자재 업체도 "저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가를 높이면 다른 업체를 쓰면 그만이기 때문에 단가 인상은 말도 꺼내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50인 미만 중소업체들은 다음 달부터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에도 발목이 잡혔다. 다른 업종에 비해서 숙련공에 대한 의존비중이 높은데 일선 현장에선 초과근무 등으로 임금을 맞춰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근 수당이 많은 조선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시 업계 평균임금이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며 "오히려 줄어든 임금때문에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호황기가 도래한 조선산업의 낙수효과를 확대하고 기업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납품단가 조정과 주52시간 제도 유예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추문갑 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국내 조선산업의 사상 최대 수주실적에도 불구하고 중소 조선업계는 원자재값 상승 등 오리혀 손실확대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