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전쟁터였던 대구, 미분양 1000건 넘었다…집값 조정받나

최근 대구에서 미분양 주택 물량이 1000건을 넘어섰다. 한동안 집값이 고공행진하고 청약 경쟁이 치열했던 대구에서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하면서 집값 조정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급이 답'이 될 수 있는 사례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대구, 공급 늘자 '미분양 물량' 쏟아졌다18일 대구시와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대구 미분양 주택은 118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897건보다 288건 더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1월 419건 △2월 195건 △3월 153건 등과 비교하면 미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졌다.

대구 중에서도 동구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다. 지난 5월 동구에서 나온 미분양 물량은 1052건으로 전체의 88%를 차지한다.


일례로 동구 안심뉴타운 도시개발구역에 공급된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트지'는 759가구 모집했으나 623건이 미분양이 났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말 1순위 청약을 받은 '용계역 푸르지오 아츠베르' 1단지는 660가구를 모집했으나 접수 신청은 409건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중구·남구·서구·수성구 등 구도심과 같이 수요가 꾸준히 많은 곳은 분양에 문제가 없으나, 동구 중에서도 특히 동대구역을 제외한 외곽지역은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공급이 많아지면서 선호도에 따라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구에 미분양 주택이 대거 발생한 배경 중 하나로는 공급 물량이 많다는 점이 꼽힌다. 대구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3974건이 분양됐다. 하반기 분양 예정 물량까지 합치면 올해 총 3만5910건이 공급된다. 이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광역시 중에서는 가장 많은 물량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역별 올해 공급 물량은 △부산 2만7359건 △경남 2만7854건 △충남 2만5790건 △대전 2만2991건 △광주 1만5200건 등이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경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수요·공급 따라 집값 조성 가능성…"자연스러운 가격 조정"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구의 경우 2019년 2만7761건, 2020년 3만777건 등으로 최근 몇년 사이 공급량이 많았다"며 "구도심 정비사업이 활성화됐고 그동안 분양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공급 시장이 탄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현상들이 가시화되고 있어 집값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주간 통계를 보면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14일 0.97%까지 뛰었다가 올해 상반기 0.4~0.2% 수준을 유지했다. 6월 들어서는 0.1%대로 꺾였다.

매수우위지수도 지난해 12월7일 기준점인 100을 넘어 126.5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12일 기준 50.2로 대폭 낮아졌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매수자가 많음'을, 낮으면 '매도자가 많음'을 뜻한다. 대구는 현재 '매도자 많음 시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대구 미분양 사태를 시작으로 가격이 조정돼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미분양이 나와야 집값이 조정되므로 미분양 현상을 꼭 나쁜 징조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그동안 대구는 구도심 낡은 아파트들 중심으로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컸는데, 공급이 늘어나니 이게 어느정도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분양은 투자심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과거 2008~2009년 용인 지역에 대거 미분양 사태가 나 최초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재분양을 한 사례도 있다"며 "이처럼 시장에서 수요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대구가 정부 부동산 정책에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