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안전관리 강화 동의하지만…'사고 0' 보장 없어 답답"

지난 6월14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지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9일 오후 4시22분쯤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승하차를 위해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희생자 9명의 사인은 모두 '다발성 손상'으로 나왔다. /사진=뉴스1

정부가 '건설공사 불법하도급 차단방안'을 발표하자 건설사들은 정부 방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법을 준수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건설사와 더불어 하도급업체와 그 근로자들까지 안전 의식 개선, 상주 감리 등 안전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점도 아쉽다는 입장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협력사 관리 방안을 내놨다. 안전관리 우수 협력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총 5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안전관리비 선지급 제도 시행, 협력사 안전평가 강화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대우건설도 조만간 안전혁신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안전혁신 방안을 만들어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으며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 문제는 당연히 준수해야 한다"며 "알게 모르게 발생할 수 있는 불법 하도급 관리를 더욱 세밀하게 해서 시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건설사 대부분은 정부의 안전관리 강화 방침에는 동의한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건설사가 법에 따라 하도급업체를 철저히 관리하더라도 안전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답답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따라서 건설사에만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전반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종합건설사는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어 큰 공정별로 협력사에게 일을 맡기게 되는데, 크게 보면 협력사도 해당 공정을 담당하는 원청 업체인 셈"이라며 "종합건설사뿐 아니라 하도급, 감리, 안전 의식, 관련 제도 등이 모든 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 하도급을 없앤다고 해서 안전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보장이 없고 사고라는 게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니 답답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처벌 수위를 강화해도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시공사의 관리감독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강화, 수사관리감독 강화 등 모든 측면에서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관리는 결국 비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오로지 건설사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을 위한 인력 투입, 교육 투자 등은 모두 돈과 연결된다"며 "시행사 측에서 이같은 비용을 반영해 주지 않으면 결국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비용을 써야 하는데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해체·철거 절차와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공기가 늘어나는 문제 등이 나타날텐데 안전을 위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모든 이해관계자가 인정해줘야 한다"며 "하지만 이런 사회적 합의 없이 시공사만 부담을 떠안을 경우에는 한계가 있고,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