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딸 순직하자 30여년만에 나타난 친모…"유족연금 15%도 많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순직한 소방관 고 강한얼씨 언니 강화현 씨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1.10/뉴스1

정부가 30여년만에 나타나 딸의 유족연금을 받은 고(故) 강한얼 소방관의 친모에게 제동을 걸었다. 유족연금 감액결정을 내린 건데, 유족연금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강 소방관의 친부가 제기한 '양육책임 불이행 순직유족급여(연금·보상금) 제한청구'에서 친모의 권리를 15%로 제한했다. 당초 친부와 친모는 절반씩 유족연금을 받았다. 친부의 유족연금 비율은 85%로 상향조정했다.


강 소방관은 2019년 32세의 나이로 숨졌다. 응급구조대원으로 일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앓았다. 정부는 강 소방관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순직한 공무원의 유족은 사망 당시 기준소득월액의 일부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강 소방관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친부가 양육을 책임졌다. 하지만 30여년간 연락이 끊겼던 친모가 갑자기 등장해 유족연금 일부를 받아갔다. 강 소방관의 친모는 지난해 1월부터 월 91만원의 유족연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는 법 개정에 나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말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경우 해당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지난 6월 시행된 후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별도 위촉해 심의에 나섰다. 인사처 관계자는 "고인의 미성년 기간 주거를 같이한 기간, 경제적 지원 정도, 부모로서의 보호의무 위반 등을 기준으로 양육책임 불이행 여부를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처의 이번 결정은 개정된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처음으로 적용한 사례다. 일각에선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15%의 권리도 많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서 의원은 "양육을 전혀 책임지지 않은 생모에게 15%의 연금지급을 인정하는 것은,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의 권리를 박탈하자는 '공무원 구하라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이 결정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