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도우미' 용돈 벌려고 시작했는데...

/사진=서울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처음엔 학업을 하며 용돈을 벌 수 있겠다는, 부족한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한양대 공대에 다니는 양성민씨(20학번)는 지난해 2학기에 장애학생을 돕는 도우미를 했다. 시급 9000원을 벌며 공부를 할 수 있겠단 생각, 처음 시작한 동기는 그랬다.


양씨는 지체 장애를 가진 학우가 화학 실험에 참여하고, 보고서를 쓸 수 있게 보조했다. 함께 지내다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 학생을 향한 시선들을 알게 됐단다. 수업이 진행되며 도우미가 아닌 친구, 파트너가 됐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단 생각에 뿌듯했다.

그렇게 함께한 친구는 반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양씨는 "친구의 열정을, 노력을 곁에서 느끼면서 도우미로서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스스로 반성도 많이 하고, 인간적으로 한층 더 나아지는 경험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와 함께, 평소 늘 다녔던 학교가 장애 학생에게 어떤 불편함인지 알게 됐다. 그는 "산악지형인 캠퍼스가, 학우들에겐 큰 언덕처럼 느껴지겠단 생각이 도우미 활동을 하며 문득 들었다"고 했다.


어느 날엔가는 양씨가 택시를 탄 일이 있었다. "빨리 가주세요"라고 했는데, 알아듣지 못했다. 순간 짜증을 낼 수 있었으나, 그는 '혹시 귀가 잘 안 들리시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됐단다. 스스로 변화했다 느끼는 경험이었다. 기사는 실제 청각장애인이었다.

장애학생 도우미한 뒤, 사회적 약자를 향해 '꿈' 바뀌기도

2019년 여름 계절학기 때 지체장애 학생 도우미를 했다는 이윤지씨(중앙대 광고홍보학과, 19학번).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을 하기로 맘 먹었다./사진=이윤지씨 제공

누군가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때론 꿈을 바꿀 정도의 귀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이윤지씨(중앙대 광고홍보학과, 19학번)는 2019년 여름 계절학기 때 장애학생 도우미를 했다. 지체 장애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학우를 돕는 일이었다. 이씨는 학교 후문에서 강의실까지 함께 이동했고, 수업이 끝나면 학교 식당에 함께 가서 자리 잡는 걸 도왔다. 식판을 옮겨주기도 했다. 그는 "사람이 붐비는 식당이어서, 혼자 했다면 20분은 걸릴 수 있는 일이 함께 하니 5분 안에 끝났다"고 했다.

장애 학생이 이동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단 걸, 처음 알게 됐다.

하루는 전동휠체어를 탄 친구와 함께 8층 강의실에 가려,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그러나 계속 꽉 차 있었고 아무도 내리지 않은 채 눈을 피했다. 결국 수업에 늦었고, 교수님께 사정을 말한 뒤에야 지각을 면했다. 이씨는 "교내 몇몇 엘리베이터는 오직 장애인을 위해서만 만들어졌는데, 사람들이 의미를 잊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했다.

이씨는 도우미 활동 경험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직업을 택하기로 맘 먹었다. 원래는 광고 기획자가 되고 싶었으나 꿈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사회복지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다. 이씨는 "장애학생 도우미는 여러모로 저에게 많은 영감이 됐다"며 "그리 어렵지 않고, 많은 시간이 들지도 않으며, 근로 활동이기도 하니(근로장학금 지급) 주저 말고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기 중간에 연락 끊기기도…"책임감 있게, 끝까지 할 사람만"

/사진=게티이미지

선배 장애학생 도우미들은, 활동을 하기 전 당부할 게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2학기와 올해 1학기에 활동한 권민지씨(강남대 사범계열, 19학번)는 "도우미라 붙여놨지만, 수업을 끝까지 함께 잘 돕겠다고 약속하는 건데 중간에 (도우미 학생의)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며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끝까지 책임감 있게 하겠단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업 내용에 대해 보충자료를 만드는 것처럼 필기해서 도왔다. 권씨는 "제 수업보다 더 열심히 듣고 필기했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한 학생과 한 학기를 같이 들었고, 학기를 더 연장해 1년을 함께했다. 다른 수업을 들어 관심 분야도 넓히고, 누군가의 학업에 도움 된다는 사실도 뿌듯했다고. 권씨는 "장애 학생의 부모님께 고맙다는 말씀도 들어서 좋았다"고 했다.

'장애학생 도우미' 경험한 학생 92.4% "내게도 의미 있었다"

/그래픽=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장애학생 도우미 참여를 고려했지만,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기자가 대학생 181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25%)은 '신청 방법을 몰라서'라고 나와, 보다 적극적인 홍보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또 22.1%는 '나와 같은 수업을 듣는 장애학생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같은 수업을 듣지 않아도 공강 시간만 맞으면 지원할 수 있으니, 이 역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어 14.5%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장애학생 도우미 활동을 했던 학생들은, 장애학생과 본인 모두에게 의미가 있었다며 해볼 것을 추천했다.

장애학생 도우미 경험이 있는 학생 39명에게 조사한 결과, 응답자 92.4%(36명)가 "내게도 의미 있었다"고 했다. 또 94.8%(37명)는 "장애학생에게 의미 있었다"고 답했다.

주위 학생들에게 장애학생 도우미 참여를 추천하겠냐는 물음에도, 응답자 79%가 "추천하겠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가 많아지며 도우미 지원이 더욱 절실한 상황. 장애학생 도우미를 하려면, 각 대학교 장애학습지원센터에서 지원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