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만 전설 소환하나?' 23세 소년은 루스 이어 본즈도 꺼냈다

후안 소토./AFPBBNews=뉴스1

올해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투타겸업으로 좋은 성적을 내면서 1918년 두 자릿수 승리-홈런을 기록했던 베이브 루스를 숱하게 소환했다. 그런데 루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전설은 오타니만 꺼내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 매체 NBC 스포츠 워싱턴의 맷 웨이리치 기자는 26일(한국시간) "지난 80년간 내셔널리그 선수 중 출루율을 줄 세우면 2004년(0.609), 2002년(0.582), 2003년(0.529), 2001년(0.515) 배리 본즈(57)에 이어 2020년(0.490), 2021년(0.472) 후안 소토(23·워싱턴)가 나온다"고 조명했다.


소토에 앞서 언급된 2001년부터 2004년까지의 본즈는 약물로 얼룩지긴 했지만,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메이저리그에 크나큰 충격을 안겨줬다. 4년 연속 출루율, 장타율 메이저리그 1위에 올랐고 MVP도 내내 그의 몫이었다. 특히 2002년부터는 남들은 한 해 20개도 얻기 힘든 고의사구를 3년 연속 60개 이상을 얻어냈고, 2004년에는 충격적인 출루율 6할을 기록했다.

그런데 소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성기 본즈를 따라가는 출루율을 보여주면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2·샌디에이고)와 브라이스 하퍼(29·필라델피아)의 내셔널리그 MVP 양강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신시내티 원정은 소토의 최근 타격감과 존재감을 볼 수 있었던 시리즈였다. 24일 첫 경기에서 소토는 3타수 3안타(2홈런) 2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고, 워싱턴은 3-2 승리를 거뒀다. 그러자 신시내티는 25일 열린 두 번째 경기에서 소토와 대결을 피했다. 그렇게 피한 결과가 소토의 2타수 무안타 4볼넷 1고의사구 1삼진이었고, 신시내티는 연장 승부 끝에 어렵사리 8-7로 승리할 수 있었다.


소토는 전반기까지 79경기 타율 0.283(272타수 77안타) 11홈런 4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2로 평범했다. 그러나 8월부터 타율 0.284(74타수 21안타) 4홈런 13타점, OPS 1.005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25일(한국시간) 경기 전 기준으로 후안 소토가 얼마나 기록적인 한 달을 보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사진=MLB.com 공식 SNS 캡처

9월 들어서는 23경기 타율 0.461(76타수 35안타) 7홈런 21타점, 출루율 0.611, 장타율 0.816, OPS 1.427로 그야말로 역대급 한 달을 보내고 있다. 고의사구 8개 포함 사사구 38개를 얻어내면서도 삼진은 고작 7번밖에 당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역대급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소토의 9월 한 달 출루율 0.611은 역대 공동 6위 기록이다. 1901년부터 75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소토보다 뛰어난 한 달을 보낸 선수는 본즈 딱 한 명뿐이다.

본즈는 2004년 4월 출루율 0.696을 마크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8월(0.621), 2004년 8월(0.615), 2002년 9월(0.614), 2004년 6월(0.612)까지 해당 부문 1~5위를 싹쓸이했다. 공동 6위에도 본즈는 2004년 9월 출루율 0.611을 적어내 1920년 7월 0.611을 기록한 베이브 루스, 올해 9월의 소토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소토가 기념비적인 한 달을 보내면서 내셔널리그 MVP 레이스도 흥미진진해졌다. 소토의 올 시즌 성적은 143경기 타율 0.324(476타수 154안타), 29홈런 92타점 109득점, 출루율 0.472 장타율 0.557 OPS 1.028이다. 내셔널리그 부문별 순위를 살펴보면 타율 1위, 출루율 1위, 장타율 5위, OPS 2위, 득점 2위 등으로 다수의 공격 지표에서 최상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MVP 수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팀 성적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워싱턴은 25일 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64승 90패로 동부지구 꼴찌다. 경쟁자인 타티스 주니어의 샌디에이고와 하퍼의 필라델피아도 와일드카드 2위 세인트루이스와 각각 7경기, 5경기 차로 크게 벌어져 있지만, 사정은 훨씬 낫다.

특히 하퍼의 필라델피아는 여전히 동부지구 1위 팀 애틀랜타와 1.5경기 차로 역전 우승 가능성이 남아 있어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만약 필라델피아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경우 팀 성적 이점은 사라지게 돼 소토에게도 일말의 희망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