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백신 맞았는데…美는 독일의 5배, 제각각 사망률 왜?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비슷한 효율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사망률이 엇갈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인구 대비 접종률이 55% 이상이고 델타 변이에 대해 약 60~90% 예방 효과를 보이는 백신(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을 사용한 주요 국가의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차이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독일·덴마크·영국 등에서는 사망자 수는 최종 고비 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이스라엘·그리스·미국 등은 절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접종완료율 65%)은 최근 하루 60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미국(접종률 56%)은 1400명가량의 사망자가 나오는데, 인구 대비로는 미국이 독일의 5배 정도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과학자들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백신 접종률이나 사용한 백신의 종류만이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점, 이 하나만큼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생물통계학자인 나탈리 딘 에모리대 조교수는 "백신 접종 외에도 다른 결과를 낳을 여러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①백신 접종 간격 때문?가장 먼저 백신 접종 간격이 변수로 꼽힌다. 사망률이 낮은 일부 선진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알려진 3~4주보다 백신 접종 간격을 더 벌렸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간격을 12주까지 허용했다. 당시에 논쟁을 불러온 결정이었지만 최근 한 연구에서는 간격을 늘리는 게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찬가지로 독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로, 덴마크는 화이자 백신 접종 간격을 최대 6주로 길게 뒀다.

블룸버그통신은 "1차 접종 후 면역 체계가 완전히 적응을 마쳤을 때 2차 접종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1개월 이상 걸리는 과정"이라고 썼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 전염병연구정책센터장은 일부 선진국의 백신 접종 간격 연장에 대해 "자연스러운 실험"이라며 "면역학적으로 성숙(Maturation) 과정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면 면역 체계가 2차 접종에 훨씬 잘 준비돼 있기 때문에 우수한 반응을 보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에 있는 처칠 병원에서 82세 할아버지가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처음으로 접종받고 있다. 2021.1.5. /AFP=뉴스1

②백신 접종 시점 차이?사망률이 높은 일부 선진국은 백신 접종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일찍 시작됐다는 특징이 있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접종 캠페인으로 부러움을 산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경우 델타 변이가 퍼질 당시 백신의 보호 기능이 이미 약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오시타니 히토시 도호쿠대 미생물학 교수는 말했다.

오시타니는 "면역력은 점차 감소하므로 일찍 백신 접종을 마칠수록 돌파감염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이스라엘에서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유럽의 여러 국가는 작년 말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보다 늦은 올해 봄 접종을 시작했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많은 시민들이 독립기념일 축하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있다. 2021.7.5./사진=(워싱턴 AFP=뉴스1)

③다른 변수들은?이밖에 연령대별 발병률, 자연 면역률, 인구 행동 특성 등도 사망률에 차이를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 백신 접종 캠페인 초기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집중해 지금까지 이들 중 90% 이상에게 백신 접종을 마쳤다. 델타 변이가 상륙했을 때 확진자 수는 2.5배 뛰었지만 사망자 수는 마지막 고비 당시보다 43% 줄었다. 덴마크 보건당국도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올해 초 감마 변이와 람다 변이로 황폐화된 남미의 많은 국가는 델타 변이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이었는데, 전문가들은 자연 면역 이후 백신이 부스터샷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미국 텍사스대에서 감염병 모델링을 연구하는 스펜서 폭스는 "백신 미접종자가 접종자처럼 (자유롭게) 행동하고 있을 때와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을 때의 결과는 매우 다를 것"이라고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