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곧 기소…'대장동 4인방' 막판 조사 집중하는 검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뉴스1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배임·뇌물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 혐의가 소명된 유 전 본부장은 기소를 피하기 어렵다. 최근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4인방을 연이어 불러 조사하는 검찰은 우선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에 초점을 두고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남은 사건 관계인의 혐의 입증과 정관계 로비 의혹에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검찰이 개발 특혜 의혹의 윗선을 캐낼지도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늦어도 다음날 유 전 본부장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법)상 배임과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그가 대장동 개발 수익구조를 설계하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줘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본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해 성남시에 손해를 입혔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앞서 기각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 상당 뇌물을 주기로 했다고 적시됐다. 올해 1월 김씨가 그에게 5억원 뇌물을 준 것으로 적혀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3일 구속됐다. 통상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피의자의 혐의가 어느 정도는 소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은 유 전 본부장 측이 구속이 적절했는지 다시 판단해달라며 청구한 구속적부심 또한 19일 심사 후 기각했다.

검찰은 공소 사실을 확정하기 위해 대장동 4인방(유 전 본부장, 김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을 동시에 소환해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를 집중 조사했다. 배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유 전 본부장과 그가 사업 설계를 주도했다는 남 변호사의 진술을 비교하며 진상을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나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의 배임·뇌물죄 공범 신분인 만큼 공소장에도 공범으로 적시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나 제3자 등 유 전 본부장 배임죄의 '윗선'도 적시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지사가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 관련 보고를 받았다면 윗선으로 지목될 수 있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는 김씨나 남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안된 만큼 검찰이 아직 윗선을 수사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다수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이 지사는 국정감사에서 "자신은 초과이익환수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보통 체포영장을 통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뒤에는 체포시한인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구속시킨다"며 "남 변호사에게 자진 출석을 요구하지 않고 입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체포할 정도면 바로 구속할 수 있을 정도로 수사가 진행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이 이날 성남시청 시장실, 비서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이 지사와 유 전 본부장 사이 연관성을 포착해 압수수색에 나섰을지는 미지수다.

'대장동 4인방' 중 유 전 본부장 수사가 매듭 짓기 단계임에 따라 검찰 수사는 김씨 등의 정관계 로비 의혹 입증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4인방을 모두 소환했다. 김씨는 로비 의혹을 부인하지만, 남 변호사는 "2명에게 50억원이 전달됐다"는 등 결이 다른 진술을 내놓고 있다. 남 변호사는 자신이 2015년 이후 사업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는데, 검찰은 1~2차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로비 수사는 곽상도 의원의 뇌물 수수 의혹 수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문화재청 소관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이던 곽 의원이 개발에 필요한 문화재 발굴 편의를 봐주고 아들 퇴직금을 통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인은 "검찰이 의지했던 정 회계사 녹취록이 지난 김씨 구속영장 기각으로 신뢰성을 잃어, 검찰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계좌 추적과 추가 진술 확보를 감안하면 수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