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 믿다가는 경제 올스톱"…'요소수 대란'이 끝이 아니다

(인천=뉴스1) 성동훈 기자 = 군이 차량용 요소수 예비분을 민간에 공급한 11일 오후 인천의 한 주유소에서 화물차 운전자들이 요소수를 차량에 넣고 있다. 국방부는 “군 비축 요소수 중 예비분 20만ℓ(200t)를 전날 오후 4시부터 전국 5개 주요 항만 인근 주유소 32곳에 공급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소수가 보급되는 주요항만 인근 주유소는 부산항 인근 주유소 7곳(100t), 인천항 인근 주요소 8곳(40t), 전남 광양항 5곳(15t), 경기 평택항 6곳(15t), 울산항 6곳(15t)이다. 2021.11.11/뉴스1

중국발 요소수 수급불안이 우리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된 데 결과다. 비단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 뿐이 아니다. 마그네슘, 수산화리튬 등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들은 모두 이런 수급대란의 위험을 안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생산 또는 해외자원개발없이는 이런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무역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수입품목 1만2586개 중 특정 국가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이 3941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그 특정 국가가 중국인 품목이 절반에 육박하는 1850개에 이른다.


최근 대란을 겪고 있는 요소가 대표적이다. 수입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0.03%에 불과하지만, 이것 하나 때문에 국가경제가 멈출 뻔 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에서 수입한 요소는 차량·산업용을 모두 합쳐 1억2000만달러(약 1450억원)로, 전체 요소 수입량 중 97%가 중국산이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호주와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등으로부터 긴급 물량을 수입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와 민간업계는 요소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중국 외 베트남과 사우디 등 제3국에서 최대 2.9개월분의 추가 물량을 확보 중이다. 성사되면 현재 국내 보유 예정인 차량용 요소수 물량 2.4개월에 더해 최대 5.3개월분 요소수를 확보하게 된다. 당장 전국의 물류가 멈춰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려워서다.


문제는 요소뿐 아니라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 모두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비율이 80%를 넘는 마그네슘잉곳(100%), 산화텅스텐(94.7%), 네오디뮴 영구자석(86.2%), 수산화리튬(83.5%) 등이 대표적이다.


마그네슘잉곳은 자동차·항공기 부품 경량화, 산화텅스텐은 반도체·의료기기 제조, 네오디뮨 영구자석은 전자제품 소형화·경량화, 수산화리튬은 이차전지에 쓰인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을 지탱하는 첨단 산업들이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이 세계 최대 생산지인 알루미늄 가격도 중국의 감산에 따라 지난달 중순 톤당 3049달러를 기록,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수출규제 당시 문제가 된 포토레지스트(81.2%), 플루오린 플리이미드(93.1%)의 대일본 수입 비중은 여전히 높다.

수소 저장체와 혼소발전 등에 쓰여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도 수급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대로 현재 국내 석탄화력 등 화력발전소가 암모니아 20% 혼소발전으로 전환하는 경우 추가적으로 1700만톤의 암모니아가 필요하다. 2020년 기준 전세계 수입량과 맞먹는 수치다. 호주와 남미 등에서 그린 암모니아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나 글로벌 수요량을 얼마나 충족할지는 미지수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정부는 글로벌 확보 경쟁이 치열한 희토류 등 희소금속 총 35종을 선정해 공급망 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요소수 사태는 다른 원자재 분야에서도 중국 등 한 국가의 결정 하나가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자원의 무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해 요소수 등 산업 필수 품목에 대해선 자급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관계자는 "품목을 특정하기엔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해선 내재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수적 자원을 해외에서 직접 개발해 조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명박정부 이후 국내 자원개발 분야 생태계는 사실상 붕괴 상태다. 자원안보 측면에서 요소수뿐 아니라 중요 산업물자 공급망을 점검하고, 대외 취약 물자 리스트를 국가 DB(데이터베이스)화하는 등 대비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반도체 생산기지를 국내로 불러들이는 미국처럼 주요 소재·부품 생산을 국내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는 것과 같이 주요 소재·부품 생산시설을 국내에 일부라도 유치하고,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며 "해외자원 투자도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