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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신고에 경찰 "출근때 필요하면 다시 연락"김병찬 피해 유족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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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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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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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생 김병찬.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32)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사진=서울경찰청 제공
1986년생 김병찬.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32)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사진=서울경찰청 제공
스토킹 피해로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35)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가운데, 유족 측이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철처한 조사를 촉구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계획적이고 잔인한 스토킹 살인범에게 살해당한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란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의 남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저희 누나는 살고자 발버둥쳤으나, 허술한 피해자 보호 체계와 경찰의 무관심 속에 죽어갔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 7일 새벽 김병찬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고 경찰에 신고한 뒤 임시보호소를 거쳐 14일까지 지인의 집에 머물렀다. 김병찬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자 9일 직장으로 찾아왔고, 피해자는 다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A씨가 공개한 당시 112 신고 녹취에 따르면 피해자는 경찰에 "임시보호소에 있는 ○○○인데 가해자가 회사 앞에 찾아왔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같이 있냐"고 물었고, 피해자는 "지금은 같이 있지 않다.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A씨의 청원글에 따르면, 그러자 경찰은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A씨는 "기가 막힌다. 위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데 피해자가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겠냐"며 "이게 대한민국의 피해자 보호 체계 현실이다. 경찰은 '남'이니까 저렇게 대충 넘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25일 "녹취 확인 결과,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다'는 대화는 실제로 없었다"고 해명했다.

담당 경찰관은 당시 피해자에게 "경찰관을 보내주겠다. 어디로 보내면 되겠나"라고 물었고, 피해자는 "지금은 현장을 벗어나 먼 곳에 있고 피혐의자도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선) 할 수 있는 건 없다. 저녁이나 내일 출근할 때 경찰 도움이 필요해 다시 연락하면 도와주겠다"고 응답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실제로 그날 저녁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해 경찰관들이 집까지 동행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병찬이 직장으로 찾아온 날 피해자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신청이 승인됐다'는 문자를 받고 안도했지만, 실질적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A씨는 토로했다.

A씨는 "담당 수사관이 다음날 김병찬을 불러서 접근금지 대상임을 설명하는 것이 전부였다"며 "그럼 가해자들이 '그렇군요. 이제 근처에도 안 가야겠네요'라고 하겠냐. 보호 인력이 동원되지 않는 접근금지 명령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법원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정보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조치가 내려진 이후인 지난 11일에도 김병찬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경찰은 김병찬과 통화한 뒤 피해자에게 "번호 지우면서 잘못 눌렀다더라. 어떻게 하겠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A씨는 "이런 게 (스토킹) 증거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증거냐. 흉기로 공격당하기 전에 사진 찍어서 제출해야 하냐"며 "지인 집에 머물던 누나는 15일부터 원래 지내던 오피스텔에서 출퇴근했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보기 위해 휴가를 낸 19일 오전 숨어있던 살인범으로부터 무참하게 살해당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공격당하는 와중에 누나는 살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애타게 눌렀으나, 스마트워치는 (피해자로부터 500m 떨어진) 엉뚱한 곳을 알려줬다"며 "최초에 경찰이 현장에 제대로 도착했다면 누나는 살았을 거다. 신변보호 요청한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보호 인력을 배정했다면 괜찮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A씨는 "생전 누나는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내게는 만능시계(스마트워치)가 있다'고 얘기했다"며 "그러나 허울뿐인 피해자 보호 제도는 누나를 살인범으로부터 전혀 보호해주지 못했고, 누나는 차가운 복도에서 고통 속에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비통해했다.

그는 "살인범은 누나를 살해한 뒤 스마트폰을 빼앗고 위치추적을 하지 못하게 강남 한복판에 버렸다. 자신의 휴대전화는 비행기모드로 전환한 뒤 대중교통을 타고 대구로 가서 '호텔'에 안착했다"며 "이 살인범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냐.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대중 속으로 유유히 섞여 들어간 악마다. 지난 19일 많은 국민들이 이 악마와 같은 공간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A씨는 김병찬이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다면 본인 옷에도 피가 많이 묻었을 텐데, 어떻게 강남을 활보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겠냐"며 "갈아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하고 휴대전화는 어떻게 처리할지, 어디로 갈지 모두 계획하고 움직인 주도면밀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한 이 살인범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나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라리고 억장이 무너진다. 저희 가족이 다시 웃을 날이 올까"라며 "살인범은 징역 25년형을 받아도 60세에 출소한다. 상실감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가족들이 왜 벌써부터 살인범(이 출소한 뒤) 복수할 것을 걱정해야 하냐"고 호소했다.

A씨는 "부실 대응으로 국민을 지키지 못한 책임자를 규명해 처벌하고, 고인과 유족 앞에서 직접 사과하라"며 "유사한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개선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비극이 다음에는 누구에게 향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또 "누나가 가족들에게 스토킹 피해를 얘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살인범이 누나의 고향과 부모님 직업, 동생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서 두려워 그랬던 것"이라며 "누나는 경찰을 믿었지만 경찰은 누나를 보호하지 못했다. 정부는 책임을 받아들여 살인범에게 사형을 선고해 사회에서 격리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1986년생 김병찬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김병찬이 범행을 시인했고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살인 혐의가 입증된다고 봤다. 경찰은 "신상 공개로 얻는 범죄 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 B씨(32)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씨는 김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위협적인 연락이 오자, 지난 7일 경찰에 스토킹 피해 신고를 하고 신변 보호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김씨는 범행 전날 상경해 중구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하고 종로구에서 숙박했다. 이후 범행 당일 오전 11시6분 B씨 거주지인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B씨 차량을 확인하고 복도에서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범행 후 도주했다가 하루 만인 지난 20일 대구 한 호텔에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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