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 다시 심는 아프간 농민들, 막지 못하는 탈레반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사진=AFP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의 점령 이후 돈줄이 마르면서 농민들이 밭을 엎고 다시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 산하 기구인 유엔개발계획(UNDP)은 아프간의 은행·금융 시스템에 대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아프간의 금융과 은행 지불 시스템이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 "아프간에서 은행 시스템 붕괴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사회가 받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탈레반이 장악 초 금지하겠다고 했던 농민들의 양귀비 재배가 암암리에 재개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아편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YT에 따르면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주의 농부들은 밀과 옥수수 등을 길렀던 땅을 뒤엎고 양귀비를 경작하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간의 양귀비 재배 면적은 22만4000ha로(헥타르)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양귀비 재배는 탈레반 집권 이후 발생한 파키스탄, 이란 등 인접국가들과의 국경 무역 차질, 가뭄 등으로 인해 급증하고 있다.

아프간 양귀비 재배밭/사진=로이터

탈레반은 2001년 미군에 의해 정권을 잃고 일부 점령지에서 농민들에게 양귀비 판매액을 세금으로 거둬들여왔다. 이제 와서 농민들의 양귀비 재배를 강하게 금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UNODC에 따르면 '양귀비 판매세' 총액은 2019년 1450만달러(약 172억원)에 달한다.

그러다 지난 8월 아프간을 장악하고 집권하면서 국제 경제 편입을 위해 아편에 의존한 지하 경제를 끊어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 인접국 등 극히 일부국가를 제외한 국제사회는 탈레반에 대한 승인을 미루고 있다. 인도적 지원금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중앙은행이 아닌 다른 경로로 난민들에게 직접 지원되는 실정이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최근 양귀비 재배를 막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6일 "그들의 유일한 수입 수단을 막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했다.

아프간 경제난은 뱅크런을 부르는 등 금융 시스템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아프간에는 40억 달러(4조7000억 원)에 달하는 화폐가 풀려있지만, 시중 유통되는 규모는 5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탈레반 점령 이후 해외 원조 중단과 해외 자산 동결 때문에 아프간에 경제난이 닥쳤고, 예금 인출을 조절하는 은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UNDP는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말까지 아프간 예금의 약 40％가 사라질 수 있다며 "은행 시스템 붕괴를 막으려면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금융 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