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로 항문 찔러 살해…하의 벗고 쓰러진 것 보고도 그냥 간 경찰

/사진=뉴시스

남성 직원 항문에 70㎝가량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장기 파열로 숨지게 한 스포츠센터 대표가 구속됐다. 경찰은 피의자의 휴대전화와 블랙박스 영상 분석 등 분석을 통해 범행 동기 파악에 힘쓰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2일 살인 혐의로 구속된 센터 대표 A씨(40대)에게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범행 동기를 확인하는 수사를 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 31일 A씨를 직원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직원이 의식이 없다"며 소방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 "같이 술을 마신 직원 B씨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 말리다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씨 사망 원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1차 소견을 받은 경찰은 A씨 혐의를 폭행치사에서 살인죄로 변경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과수 1차 소견에 따르면 A씨는 폭행 중 플라스틱 막대로 B씨 항문을 찔렀고 이 과정에서 B씨의 장기가 파열되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 찌른 행위가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7시간 전에도 만취 상태인 A씨가 "어떤 남성이 누나를 폭행했다"고 신고해 현장에 출동했으나 철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출동 당시 A씨는 횡설수설하며 말을 바꿨다. 현장에는 하의가 벗겨진 상태의 피해자가 센터 바닥에 누워있었지만 피해자의 어깨를 두드리고 가슴에 손을 얹어본 경찰은 그가 자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철수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 수법과 관련 성적 의도를 가지고 폭행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A씨는 성범죄나 폭행 관련 전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유족도 B씨가 태권도를 20년간 해왔다며 어떻게 살해된 것인지 경위를 밝혀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JTBC에 "B씨는 태권도를 20년간 해왔고 누구에게 맞을만큼 왜소한 체격도 아닌데다 평소 A씨의 생일까지 챙겨줄 만큼 원만한 관계였다"며 "B씨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 말리려다 싸움이 났다는 A씨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유족은 사고 전날 밤 10시쯤 B씨가 대리가 안 잡힌다고 해 대리 기사 번호를 알려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B씨 휴대전화에는 밤 11시 반까지 대리기사에게 전화를 건 내역도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외에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임의제출 받아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확인하는 수사를 이어간 뒤 이르면 이번 주말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