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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窓]창업 권할 수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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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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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를 다시 읽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고뇌를 부인의 시각에서 그려낸 소설이다. 일본 유학까지 가서 대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제대로 된 일은 하지 않고 허구한 날 술로 고주망태가 돼 들어온다. 술 마신다고 뭐라 하는 부인에게 남편은 사회 탓을 하고 화를 내며 나가 버린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라는 부인의 혼잣말로 소설은 끝난다. 그 시대 지식인은 일제에 대한 항거와 적응, 포기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했을 것이다. 지금 청년세대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그들에게 적절한 선택지를 주고 있는 것일까.

과거는 노인의 발자취고 미래는 청년이 만든다. 최빈국이던 대한민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기성세대의 헌신 덕분이었다. 미래는 청년세대의 몫이다. 작년 말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일자리 상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가 향후 청년 일자리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대답했다. 특히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있는지 묻는 항목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그렇다'의 3배가 넘었다. 청년세대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에게 다양한 기회의 문을 제공해서 선택지를 넓혀줘야 한다.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창업은 가장 큰 기회의 문이다. 창업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다. 극소수 성공 사례를 제외하면 과거 창업은 커다란 부담으로 돌아오는 무모한 행위였다. 긴 시간의 소멸, 남겨진 부채 등으로 창업은 마이너스 인생을 의미했다. 지금은 다르다. 창업생태계의 성숙으로 실패한 창업자가 부담해야 할 금전적인 부담이 최소화됐고 창업 경험은 자산으로 남는다. 창업멤버로서 기업의 모든 부분을 겪어본 경험은 다른 어디서도 얻을 수 없다. 대기업도 창업자의 실패 경험은 인정하고 채용하고 있다.

20년의 벤처캐피탈리스트 생활을 마무리한 뒤, 대학에서 산학협력교수로 일할 기회를 가졌다. 창업에 관심 있는 학부생을 위한 벤처경영전공 과정이었다. 30개가 넘는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모여 사업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고, 선배 창업가들과 대화하고 실제 창업을 해보는 과목을 수강하는 등 창업가의 자질을 다졌다. 인턴십을 통해 스타트업에 취직하기도 했다. 창업한 기업이 스무 개가 넘었다. 1년 만에 폐업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예비 유니콘으로 성장한 졸업생도 있었다. 이들이 투자받은 자금만 1000억 원이 넘었다.

5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창업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은 뛰어난 기업인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들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년들이었다. 다른 점은 대학을 다니면서 다행히 창업이라는 기회의 문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창업가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어도 창업의 길을 접해보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못 본 길을 어떻게 갈 수 있겠는가. 창업의 문을 접해본 학생들은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몇몇은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지금 제2벤처붐이라고 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생기고 유니콘도 탄생하고 있다. 창업기업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더 많은 청년이 창업이라는 기회의 문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를 바꾸는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 계속 나온다.

나는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한다. 물론 여전히 조심스럽다.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많은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그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의무다. 가장 좋은 자리가 대학이다. 대학에서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1년에 500억원의 예산만 있어도 100개 대학에서 창업교육이 가능하다. 그래야 '창업 권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 청년들에게 '술 권하는 사회'가 될 순 없지 않은가.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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