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가상자산이 현실의 꿈과 만나 99℃→100℃…시장은 이미 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점유율 1위로 우뚝 선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임직원들은 '발품팔기'로 유명하다.

이석우 두나무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자산업의 제도화를 위해 설명이 필요한 곳엔 직접 달려가곤 했다.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이용법)에 가상자산사업자를 포함시키던 2020년 설득이 필요한 여야 의원은 물론이고 가상자산 업계 모임도 매번 직접 챙겼다.


두나무 창업자인 송치형 의장은 지난해 12월 하이브와 협업이 확정된 직후 미국으로 날아갔다. 미국 로스앤젤러스에서 열리는 BTS의 콘서트를 직접 관람했다. 이밖에 뉴욕 등지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상품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며 올 상반기 설립할 두나무-하이브 합작법인(JV) 구상에 전념했다.

회사의 주재료가 '가상자산' 이지만 이를 위한 플랫폼의 방향은 현실의 '욕망'과 만나야 한다는 철학때문이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의 욕망과 열정, 갈등의 지점을 직접 확인하고 상품화해야 사람들이 찾는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가 20대의 기자 경험, 30대 변호사 경험 그리고 40대 이후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IT그룹의 대표 경험 등을 토대로 얻은 방법론이다.

모두가 2021년 업비트의 성장을 '대박'이라고 할 때도 이 대표는 축적된 기술력이 99도씨에서 100도씨로 '끓는점'에 도달한 것으로 비유했다.


두나무가 지난해 3분기까지 2조8209억원, 영업이익 2조5939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1위로 우뚝 올라선 데에 이 대표는 "(업비트는) 후발주지였지만 누구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기술로 서비스의 강점을 차별화 시켰다"며 "이게 축적돼 짧은 시간 내 폭발적 성장흘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나무, 2022년 자본시장의 새로운 핵심 '플레이어'… "이미 시장은 형성됐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두나무는 지난해 가상자산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서 기존의 금융지주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가상자산이 투자상품까지 인정받는 단계가 된다면 비즈니스 모델 확장성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거기에 이미 손에 쥐고 있는 3조원에 육박하는 현금 보유량도 자본시장의 새로운 '신데렐라'가 되기 충분하다.

- 2017년 말 정부가 코인거래소 폐쇄를 언급했던 소위 '박상기난' 이후 4년만에 황금기를 맞았다. CEO로서 어떤 확신이 있었나

▶당시 가상자사업계가 소위 '폭탄'을 맞았는데 2000년대초 생각이 데자뷔처럼 떠올랐다. 1990년 후반부터 시작한 'IT 벤처' 열풍이 거셌다. 당시 웹사이트 하나만 만들고 50억원, 100억원씩 투자받고 사라지는 벤처기업들이 종종 있었다.

당시 DJ 정부가 '벤처를 사기로 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그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고 벤처 옥석가리기에 나섰다. 그 다음 나온게 '벤처기업 특별법'이다. 이 시기를 거쳐낸 '옥'들이 네이버, NC소프트 등 지금의 글로벌 IT기반 기업이다. 우리도 기술력만 갖추고 때를 잘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 코인도 이제 '투자'의 영역에 자리잡고 있다. 자본시장에서의 역할이 점차 커질것으로 보는지.
▷지난해 많은 '돈'이 가상자산업으로 몰렸다. 여러가지 투자 대상으로서 (상품화)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미 가상자산을 활용한 ETF가 나왔다.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다른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여러 상품이 나오기 시작한면 확실한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매우 밝다. 소위 '제도권 금융'에서도 가상자산업계로 들어오는 추세라서다.

- 주식 시장과 비교해 코인 시장은 여전히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이 크다.

▶주식시장처럼 상한가·하한가를 도입할 수 있을까. 가상자산은 전 세계시장이 연결됐는데 우리나라만 그렇게 할 수 없다. 처음부터 24시간 거래되면서 하루만에 10배까지도 상승가능한 시장이다. 이 특성을 이해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하는 게 낫다. 정부도 기존의 틀로 '규제'를 언급하기보다 이 시장에 유입되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거래소마다 상장된 코인의 신뢰도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다. 거래소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까.

▶코인을 상장한 뒤 '공시하는' 내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자본시장과 비교해 '왜 공시하지 않는가?'라고만 묻는다면 우리(두나무)의 대답은 "공시 하고 싶다" 일 뿐이다.

그런데 코인발행회사가 공시를 잘못하면 처벌받는 규정이나 법이 없다. 몇년 전까진 거래소가 개별 회사들에 자율 공시를 맡겼더니 허위정보가 판을 치는 사례가 생겼다. 결국 투자자의 피해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거래소가 매일 개별 코인의 상황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 가상자산 산업의 논의가 지금까지는 거래소 중심인 측면이 있다. 2018년처럼 갑자기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가상자산 산업을 투자 대상으로만 한정짓는 건 예컨대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코끼리의 다리 한 쪽과 같은, 극히 일부분만 집중하는 것과 같다. 투자말고 기술적인 측면, 플랫폼으로서 서비스적 측면도 여력이 많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세상에서 네트워크가 더 활발히 형성된다면 가상자산 자체로 어마어마한 시장을 창출해내는 셈이다. 포털이나 온라인 활동의 보상을 코인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글로벌 서비스에서 일부 도입하고 있다.

- 공시의무를 둔다 해도 국내 코인과 해외 코인간 역차별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단순 규제법과 처벌규정은 국내 코인만 잡는 수단이 될 수도 있어서 업권법 논의 때 조심스러워야 한다. 예를 들어 '리플'이 제 때 공시하지 않거나 미국에서 진행중인 재판 영향으로 시장이 출렁거린다면? 국내 개별 거래소가 컨트롤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자들과 함께 풀어나가야 할 큰 숙제다. 금방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진 않다.

이석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며 두나무 합류…나스닥보다 더 큰 K-거래소가 생기지 말란 법 없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일년만에 직원이 10배가랑 늘어나는 등 덩치가 커졌다.

▶회사가 단숨에 큰 도약을 했다. 조직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맞다. 예전 카카오에 입사했을 때 사번이 98번이었다. 나중에 나올 땐 수천명이 다니는 조직으로 컸다. 그 과정을 몸으로 겪으며 회사가 성장할 때 단계적 변화, 제도나 사람을 바꿔야 하는 이유과 시점 등을 지켜본 적이 있다. 아직까지 회사를 분할한다는 구상은 없다. 다만 조직 관리와 내부통제 시스템 등에 대한 구상을 하고있다.

- 시장점유율이 국내 이용자의 80%를 넘는다. 독과점 논란이 따라붙었다.

▶ 사실 그동안 계속 2~3위권이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처음 '역전' 했을뿐이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는 시작점부터 '국내-해외'의 개념이 모호하다. 주소 하나로 전송이 자유로운 코인 특성상 글로벌 시장과 함께 고려해달라는 거다.

- 업비트 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도 만들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타진해왔지만 결과가 '성공적'이진 못했다.

▶솔직히 해외 송금이 아직도 안 되는 점이 답답하다. 빨리 해외사업 확장하고 적극적으로 펼치고 싶지만 자본금 송금이 안된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내 하이브와 미국에서 협력법인(JV)를 설립하고 미국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걸 기대하고 있다. 미국시장 진출이 두나무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두나무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4년 전 두나무 합류할 때 부터 꿈이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거였다. 본사가 한국에 있는 글로벌기업이다.

특히 처음 블록체인기술을 알게됐던 2015년, "블록체인 기술 서비스야말로 우리가 가장 잘 할수 있는 모델"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인공지능(AI)기술이나 머신러닝, 딥러닝 이런 영역은 기술 개발만큼이나 자본과 규모가 가능한 대기업이 사업화까지 잘 이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라는 철학에 근거해 소수가 혁명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많은 전제조건들 풀려야겠지만 결국 금융자산도 코인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나스닥에 목메일 필요 없다. 월스트리트가 서울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다.

- JYP와 하이브 협업…시너지는.
▷NFT시장을 염두에 둔 협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팬덤과 함께 할 수 있는 영역 창출을 고민하고 있다. 아티스트나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을 가상자산업계 상품화 하고 타게팅 하고 트레이딩하는 방식과 플랫폼 설계를 팬덤에 맞게 고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만 국한된 회사가 아니라 첫 단추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 수립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올 상반기 미국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점차 글로벌 비스니즈 모델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