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구애에 '멸공' 논란까지…과감해진 윤석열의 득실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인천역 앞 광장에서 '산업화·교역일번지' 인천지역 공약 발표를 마친 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30 남성' 구애를 위한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병사 봉급 월 200만원' 등 페이스북 한줄 발표를 통해서다. 선거대책위원회 재편 후 청년보좌역들의 의견 대폭 수렴과 간결해진 의사결정에 따른 결과다. '이대남'들의 즉각적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결과적으로 실보다 득이 많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여가부 폐지 한줄 공약…대안 설명은 부재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정책 책임자인 원희룡 정책본부장도 모르게 전격 발표됐다. 윤 후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전격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리자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해킹' 여부를 확인하는 혼선이 빚어졌을 정도다.

원 본부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내부에서 논란이 많았는데 후보가 최종 결정한 것"이라며 "후보가 설명해주지 않는 한 다른 모든 건 추측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슬림형 선거대책본부'의 산물로 평가된다. 장예찬 선대본 청년본부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갑자기 하루아침에 정해진 것은 아니고 경선 때부터 논의가 있었다"며 "30대 참모들의 아이디어가 훨씬 더 간결해진 소통구조를 통해 보고된 결과"라고 밝혔다.

10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센트럴파크호텔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 윤석열 후보가 양손을 불끈 쥐며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뉴스1

출범 20년을 맞은 여가부는 타 부처와의 기능 중복과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 등으로 폐지론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최근 들어 젠더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지난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하태경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여가부를 폐지하는 대신 각각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여가부 폐지'란 구호를 외쳤을 뿐 폐지의 이유나 그 대안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이튿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입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이다. 더는 좀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이 남녀 갈라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뭐든 국가와 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여가부 폐지인지, 여가부 조직과 기능의 변경인지 혼선이 빚어지자 같은 날 페이스북에 "폐지가 맞다.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병사 봉급 200만원' 공약도…이대남 잡기 광폭행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변화와 쇄신’ 청년보좌역들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뉴스1

윤 후보는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공약에 대해선 '한줄 공약' 이후 후속 설명을 했다. 현재 병사 봉급에 연간 2조1000억원이 소요되는데 최저임금 수준으로 보장하면 5조1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면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윤 후보의 이같은 행보에 다급함이 묻어난다고 해석한다.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의 핵심 요인이 2030 세대의 이탈이며, 지지율 회복을 위해선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더이상 지지율이 빠지는 것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런 액션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선거 국면에서 캠페인의 일환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대남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기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이준석 대표도 껴안은 것"이라며 "지금 이대남 표심이 안철수 후보로 옮겨가 단일화에서도 위기감이 크다. 중도층, 미래 가치 이런 건 일단 나중으로 미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멸공' 논란까지…중도 표심엔 거부감 일으킬수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동작구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 제공) /사진=뉴스1

이른바 '멸공' 논란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온라인상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으로 소비되는 멸공 이슈를 대선 후보가 확산시킨 것이 맞느냐고 지적한다. 나아가 중도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도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탈진보' 인사인 권경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99%가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1%에 합의하면 다 함께 하자는 말 속에 가려져 있던 윤 후보의 원래 본모습이 며칠 사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며 "스윙보터 중도층의 마음을 사려고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했겠는가. 6070의 극렬 반공보수와 2030 극렬 안티페미의 전혀 이질적인 세대와 이해관계를 묶을 교집합의 구호를 정확히 짚어낸 윤 후보는 매우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면 대안을 내고 보충설명을 해야 한다. 병사 월급 200만원도 과거 반대했다 입장을 바꾼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며 "균형감과 안정감이 떨어지는 행보로는 무당층, 중도층, 합리적 보수의 표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멸공 논란에 "의사표현의 자유"…병사 월급 200만원엔 "공정"윤 후보는 이와 관련, 이날 오전 송도 센트럴파크호텔에서 인천 선대위 출범식을 갖고 기자들과 만나 '멸공 논란으로 이념 메시지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 "그런(표현의 자유) 부분들이 잘 키져지는지 안 지켜지는지가 이 나라가 자유와 민주에 기반한 국가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각자가 우리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를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또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전체 공무원의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는 "모든 공무원들은 월급과 수당을 합쳐 최저 임금 이상을 다 받고 있다"며 "우리 병사들도 젊은 시기에 자신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국방 의무를 다 하고 있는 것이고 국가에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것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중한 안보 현실을 감안했을 때도 우리가 청년들에게 사회 다른 영역에서와 똑같은 최저 임금 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나라 여러 현실에 비춰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최근 정책 행보가 2030 남성에 편중됐다는 지적에 동의하냐'는 질문에는 "남성이니 여성이니 분류하는 것 자체가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그런 시각을 자꾸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