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 KBS1 '태종 이방원' 영화 '안시성' KBS2 '연모' 속 말 낙마 장면들. 말이 그대로 고꾸라지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KBS가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 등장한 낙마 장면과 관련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자 이를 사과하고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과거 방송사와 영화계가 낙마 장면에서 '태종 이방원'과 같은 방식으로 말을 직접 쓰러트려 촬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알고 보니 관행이었던 낙마씬들'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사진=KBS1 '정도전'

해당 게시물에는 20일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태종 이방원' 7회에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의 촬영 현장 모습이 담겨 있다. 게시자는 "'태종 이방원' 위험한 낙마 장면. 목이 고꾸라진 말은 일주일 뒤에 사망"이라는 글을 덧붙였다. KBS 측은 "당시에는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어 돌려보냈으나 촬영 1주일쯤 뒤 안타깝게도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게시자는 KBS2 '연모', MBC '계백', 영화 '안시성', KBS1 '정도전' 속에 등장한 낙마 장면을 게재하며 "그냥 늘 해오던 방식이었는데 이번에 터진 듯. 말 많이 죽어나갔겠는데"라고 덧붙이며 제작사들이 관행처럼 말 학대를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MBC '계백'

MBC 드라마 '계백'은 2011년 7월 방영한 사극이다. 말이 달리는 와중 폭발물이 터져 앞으로 고꾸라진다.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쓰러진다.

2014년 방영된 KBS1 '정도전'은 '태종 이방원'을 연출한 김형일 PD가 CP로 참여한 작품이다. '태종 이방원' 속 낙마 화면과 비슷한 장면이 등장한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안시성'에서도 병사들이 적진으로 달려가는 장면에서 말 한 마리가 머리부터 고꾸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KBS2 '연모'

배우의 낙마, 말이 넘어지는 장면 등은 말의 다리에 줄을 감아 낚아채는 방법으로 촬영되는 경우가 있어 안전성 문제와 동물학대 지적을 받는다.

얼마 전 종영한 KBS2 '연모'에서도 날아오는 화살에 놀란 아역 배우가 말에서 떨어지는 장면에서 말이 머리부터 앞으로 넘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갑자기 벌어진 사고가 아니라 관행이었나. 충격이다" "말이 소품이냐. 생명을 경시하는 동물 학대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KBS는 논란 직후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태종 이방원' 말 학대 사건은 여러 연예인들이 소신 발언을 하고 외신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한편 '태종 이방원' 말 학대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20일 동물자유연대가 올린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은 22일 오후 1시 기준 11만4000여명이 동의했다.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K**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도 동의수 5만9000명을 넘었다. '태종 이방원'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중단·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