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길 주유소 가짜 경유로 수천만원 견적…보상 가능할까?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강대혁 한국석유관리원 수도권북부본부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가짜석유' 제조·판매 검거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가짜석유 판별 시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과 한국석유관리원 수도권북부본부는 6개월에 걸친 공조 수사 끝에 석유 불법유통사범 4명을 검거했다. 이번에 입건된 4명중 3명은 정상 경유제품에 등유를 최대 70% 혼합하는 방식으로 가짜석유를 제조·판매 했다. 이들이 판매한 가짜석유는 총 752리터였다. 검거 당시 보유하고 있던 가짜석유는 총 4,274리터에 달했다. 2020.7.30/뉴스1

#설 연휴 A씨는 연말에 새로 산 1억원짜리 수입 외제 SUV차량을 몰고 고향으로 향했다. 귀경길 막히는 고속도로를 피해 지방 국도변 무폴 주유소에서 주유한 A씨. 며칠 후 차량이 고장나 수입차 공식센터에 맡겼더니 엔진까지 고장나 수리비 견적은 수천만원이 나왔다.

A씨는 가짜 석유를 판매한 주유소에게 보상을 받거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피해를 입증할 수 있을까.


가짜 석유를 제조·운송하거나 판매하다 적발되면 '석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5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가짜 석유 판매는 처벌형이 중한 중대범죄로 취급된다.

유사 석유 판매업자는 적발될 경우 행정처분도 받는다. 한국석유관리원 조사결과 가짜 석유로 판명되면 행정청에 통보되고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이 뒤따른다. 행정처분은 첫 적발시 3개월 영업정지로 시작해 3회 위반시 등록취소나 영업장 폐쇄도 가능하다.

여기에 추가로 해당 주유소가 정유사 간판을 사용하는 소위 폴 주유소 일 경우엔 정유사에서 가짜 석유를 판매한 업자에게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는 무폴 주유소인 경우가 많다.


최근 법원은 가짜 석유 판매 사례에서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정유사 측은 자사 상표를 쓰는 주유소가 다른 사업자의 제품 등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계약을 어기고 유사 석유를 판매했다며 주유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가짜 석유 판매도 계약 위반임을 인정했다.

GS칼텍스나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브랜드 주유소는 미리 보험에 가입해 보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그에 반해 무폴 주유소 중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 보상이 어렵고 소송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가짜 석유에 의한 차량 고장은 자동차 보험으로도 보상이 안 된다.

가짜 경유로 피해를 본 A씨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우선 한국석유관리원에 신고를 해야 한다. 관리원에는 연료 성분검사 의뢰도 가능하다. 그후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차량 고장이 없더라도 가짜 석유류 신고시엔 포상금도 받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가짜 석유를 팔다가 적발된 전국 주유소는 608곳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주유소 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2020년부터 그 이전보다 적발 건수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실제 2020년 11월 충남 공주와 논산에서 주유소 2곳을 운영하던 일당이 탄소와 수소가 들어간 물질 2만ℓ를 가짜 경유로 팔다 적발됐다. 이들에 의한 피해자만 300여명에 달하고 10억여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차량 연료통에서 가짜 석유를 뽑아 성분 검사를 보내고, 주유 영수증을 보관하고 차량 수리금액을 산출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주=뉴스1) 조문현 기자 = 충남 공주와 논산에서 가짜 경유를 팔아 차량 100여대를 망가뜨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주유소 업주가 6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공주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2020.11.6/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