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제약·바이오株 '핀셋' 공시 강화...투자자 신뢰 되살아날까

앞으로 코스닥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깜깜이' 공시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한국거래소가 오는 7일부터 코스닥 제약·바이오주의 임상·품목허가·기술이전 등 강화된 공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신라젠 (4,260원 ▼15 -0.35%) 상장폐지 위기, 오스템임플란트 (1,900,000원 0.00%) 횡령 등 연초부터 코스닥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잇단 악재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공시 강화로 기업들이 신뢰 회복에 나설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오는 7일부터 제약·바이오 기업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개정안을 시행한다.

포괄공시는 상장법인이 의무 공시 사항 이외 모든 중요정보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 공시하는 걸 말한다. 2020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이후 제약·바이오 상장사들은 임상시험이나 품목허가 등 업종 고유의 중요한 경영 사항이 발생하는 경우 포괄 조항을 통해 공시했다.

다만 제약·바이오 업종의 전문적이고 복잡한 경영사항들을 반영하기에 부족하단 비판도 잇따랐다. 무엇보다 국내 투자자들의 제약·바이오 산업에 내재된 투자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상시험 결과 등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가 공시를 통해 신속하게 제공돼야 한단 지적이 있었다.


신약후보 물질의 발견부터 안정성·유효성 입증 후 품목허가, 의약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약 12~15년의 기간이 걸린다. 그런데 실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약물이 최종 신약으로 허가받을 확률도 약 9.6%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중요 경영 사항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 앞으로 임상시험 관찰 절차가 끝났다는 걸 의미하는 '임상시험종료보고서'는 공시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신 임상시험 수탁기관(CRO)으로부터 '임상시험결과보고서(CRS)'를 제출받으면 공시해야 한다.

임상시험 결과는 CRO로부터 제출받은 1차 평가지표 통계값·통계적 유의성 여부 등이 포함된다. 일반투자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임상 진행 경과, 임상시험의 통계적 유의성 여부 등 결과, 기대효과·향후 계획 등에 대해 충실하게 기재해야 한다.

품목허가에 관한 공시대상은 신약 후보물질로 명확히했다. 이는 오리지널 신약 이외에도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도 해당된다.

기술이전(도입)에 관한 중요한 판단 기준에 매출액 요건은 추가됐다. 기술이전 계약 금액이 매출액 또는 자기자본의 10% 이상(자산 2조원 이상은 5%)에 해당된다. 또 확정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로열티 수령(지급) 금액이 중요성 판단 기준에 해당하면 공시해야 한다. 아울러 계약상대방의 국적, 설립일자,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등 구체적인 정보도 추가됐다.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일부 바이오업계에선 세부적인 공시 강화로 기업 부담이 늘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확대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봤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최종 확률도 높지 않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임상시험, 기술거래 계약, 품목 허가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공으로 그동안 제한적이던 정보가 공시를 통해 신속하게 파악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에 대한 신뢰와 투자자들의 이해가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약·바이오 상장법인은 사실 발생 또는 결정이 있을때 그 사유발생일 당일까지 공시해야 한다. 거래소는 포괄조항에 의한 공시 의무를 성실히 시행하지 않는 경우 위반 유형에 따라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에 해당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등의 제재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