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상폐 원인 '확대 임상' 옳았나…"동물실험서 효능 확인"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지난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앞에 걸린 신라젠 거래재개 촉구 현수막. 2022.1.18/뉴스1

신라젠 (4,260원 ▼15 -0.35%)이 이번주 상장폐지 여부를 가리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의·의결을 앞둔 가운데 당초 상폐 결정 원인으로 지목된 신장암 대상 병용임상의 확대 임상 가치를 부각시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14일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서 운영 중인 의학 논문 검색사이트 펍메드(Pubmed)에 공개된 연세대 의과대학와 국립소도록병원, 신라젠 등의 공동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통한 전이성 신장암 임상 동물실험을 통해 '펙사벡'이 초기 및 진행성 신세포암의 폐전이를 유의하게 억제하는 효능을 확인했다.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신라젠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기반이 되는 바이러스다.


해당 임상은 폐전이된 마우스 신장암 모델에 펙사벡(JX-594)를 투여했을 때, 원발 종양(신장암)의 성장을 억제시키고 동시에 전이암(폐전이)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특히 신장암 1차 치료제로 쓰이는 수니티닙(수텐)과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임상 결과 수니티닙과 비교에서 수니티닙은 초기 신세포암 모델에서만 항암 효능을 보이는 반면, 펙사벡은 진행성 신세포암에 대해서도 항암 효능을 보였다.

해당 결과는 앞서 신라젠이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상대로 설명했던 확대 임상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기심위는 지난달 18일 신라젠의 상장폐지 심의·의결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회사가 2020년, 2021년 제출한 개선계획서 및 이행내역서를 비교한 결과 영업적 부분의 미비한 부분이 배경이다. 특히 임상 종료 날짜가 변경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신라젠은 지난 2020년 11월 제출한 경영계획개선서에 신장암 병용임상을 조기 종료하고 라이선스아웃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4개(A~D) 임상 군 가운데 D군을 제외한 A~C군 임상을 지난해까지 종료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라젠이 최대주주 변경 이후 면역관문억제제에 불응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D군에서 가능성을 발견, 공동임상을 진행하는 리제네론과 협의 하에 임상을 확대(Arm D군)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임상 종료 시점이 올해로 변경된 것이 문제가 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5월 Arm D군에서 유효성이 확보되면서 환자가 늘었고, 개선계획서 보다 임상이 늦어지게 되면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때문에 면역관문억제제가 불응한 환자군(Arm D)을 대상으로 효능을 확인한 이번 임상이 당초 계획에서의 변경에 당위성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펙사벡 전신 투여 시 세포 독성T 세포 등 면역세포가 원발 종양과 전이암 조직에 침투되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면역세포가 부족하거나 활성이 낮아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한 반응률이 낮은 'Cold Tumor'(면역항암제가 작용하지 않는 종양)에 JX-594(펙사벡)를 투여함으로써 면역세포를 종양조직으로 유입시켜 치료반응이 좋은 'Hot Tumor'로 변화가 있었다"며 "JX-594와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 시 항암 활성 상승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Arm D는 항암제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면역관문억제제에 불응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지표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시장위원회에서도 해당 내용은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오는 18일까지 신라젠의 상장폐지 심의·의결을 통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코스닥 종목의 상장폐지 심사의 경우 3심제(기심위→1차 시장위→2차 시장위)를 따른다. 이번주 예정된 심의·의결은 1차 시장위에 해당한다. 결과는 상장폐지 또는 유지, 개선기간 부여 중 하나가 도출된다. 1차 시장위서 상장폐지 결정 시 신라젠은 이의제기를 통해 2차 시장위를 통해 다시 한번 심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