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고 또 뒤집힌 즉시연금 소송···보험금 1조원 향배는?

김현정디자이너 /사진=김현정디자이너

올해 진행된 '즉시연금 미지급금(이하 즉시연금)' 관련 소송에서 생명보험사들이 연패하고 있다. 여러 소송 중 지금까지 생보사가 이긴 건 지난해 10월 두 건의 소송에 대해 같은 날 보험사 손을 모두 들어줬던 경우 뿐이다. 당시 대부분 패소했던 이전 사례들을 뒤집은 결과여서 고무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이후 열린 재판에서 다시 보험사에 불리한 판결이 연이어 나오면서 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즉시 연금 소송서 생보사 연패…지난해 승소 분위기 못 이어가14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9일 즉시연금 가입자 2명이 미래에셋생명에 제기한 보험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같은 소송 1심에서도 고배를 마셨었다.

이번 판결은 즉시연금 관련 첫 항소심이었다. 미래에셋생명과 보험업계는 1심과는 다른 결과를 기대했었다. 1심 판결이긴 했지만 지난해 10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승소해서다. 즉시연금 소송에서 보험사가 이긴 첫 사례였다.


현재까지 즉시연금 공방에서 대부분 소비자가 이겼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승소 사례가 나오면서 보험사들 사이에선 재판부의 판단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돌기도 했었다.

그러나 미래에셋생명 2심 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진행된 관련 소송에서 다시 연패를 하면서 보험업계의 긴장감이 올라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생명 대상 또 다른 즉시연금 소송 1심에서도 소비자들이 승소했다. 총 18명의 소비자가 제기한 공동소송이었다. 같은 달 21일 한화생명과 AIA생명을 상대로 7명의 소비자가 제기한 1심 소송에서도 소비자가 웃었다.
관건은 약관에 없는 '산출방법서' 인정여부…"분위기 좋지 않은 건 사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 번에 보험료로 내면 보험료 운용수익 일부를 매달 생활연금으로 주는 상품이다. 보험 만기가 돌아오거나 가입자가 사망하면 원금을 돌려준다. 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최저보증이율은 보장해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2012년 전후로 은퇴자나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다.

그런데 한 가입자가 2017년 6월 연금액수가 상품 가입 당시 설명들었던 최저보증이율 예시액에 못 미친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금감원은 즉시연금 중 만기환급형 상품의 경우 보험사들이 가입자가 낸 보험료 일부를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고 연금을 지급해 왔는데, 상품 약관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다고 봤다.


업계는 약관에 공제 관련 내용은 없지만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이하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명시는 하고 있어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덜 지급했다고 보고 모두 연금으로 줘야 한다고 권고했다. 더불어 생보사 유사사례 16만건에 대해서도 일괄 구제하라고 요청했다. 보험금 미지급액 전체 액수는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1조원을 넘는다.

향후 소송에서의 관건은 산출방법서에 대한 인정 여부다. 지난해 10월 삼성생명·한화생명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만 '보험계약 내용이 반드시 약관 규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대다수 재판부들은 약관에 일정 금액 공제 사실을 넣었어야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진행 중인 재판들이 많아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좋지 않은 분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