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포장에만 최소 2시간"…일만 늘어난 약사들 부글부글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GS25 연대2점에서 관계자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소분하고 있다. 오늘부터 내달 5일까지 대용량 포장으로 공급되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약국·편의점에서 낱개로 나눠 판매할 시 개당 6000원에 판매한다. 기간은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2022.02.15.

오늘(15일)부터 약국과 편의점에서 소분 포장해 판매하는 코로나19(COVID-19) 자가검사키트가 개당 6000원에 판매되는데 이를 두고 약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소비자 판매 가격(7000~8000원)을 낮추면서 납품 가격(3700~4000원)은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키트 생산 업체의 업무인 소분 포장을 약국에 넘겨 업무 부담을 늘렸지만, 이와 관련한 지원은 빠뜨렸다. 자가검사키트를 이전과 같은 가격으로 공급받아 소분 포장 작업을 추가로 처리하지만 판매가는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15일부터 내달 5일까지 약국·편의점에서 소분 포장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개당 가격을 6000원으로 지정했다. 낱개 제품을 6000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하면 공중보건 위기대응법 제19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3일부터 약국·편의점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소분 포장하도록 했다. 소분 포장은 자가검사키트가 25개 들어있는 한 박스에서 1, 2개씩 나눠 다시 포장하는 작업이다. 현재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하는 에스디바이오센서 (10,550원 ▼170 -1.59%), 휴마시스 (1,903원 ▲3 +0.16%), 래피젠 등은 생산이 더뎌지는 이유로 소분 포장을 꼽았다.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급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부는 업계 지적을 받아들여 판매처인 약국, 편의점에 소분 포장 작업을 넘긴 것이다.

자가검사키트 생산 업체는 "소분 포장 작업이 줄어 들어 생산에 시간이 덜 걸리고 출하시점을 당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약국은 키트 소분 포장을 담당하게 되면서 업무 부담이 늘었다. 한 박스당 1장 들어있는 사용설명서를 키트 수에 맞춰 복사하고 사비로 구매한 비닐 지퍼백에 키트와 함께 포장한다. 이 과정에는 한 박스당 1~2시간 가량 더 소요되는 것으로 본다.


한 약사는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풍부한 기업들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이었는데 이를 약국에 맡긴 것"이라며 "약국에서 약사 1~2명이 이를 전부 담당하게 됐다. 짧게 두 시간 정도 걸린다. '포장이 달라졌는데 정품이 맞냐'고 묻는 소비자도 있었는데 제품과 사용설명서를 전부 수작업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했다.

업무 부담은 늘어나고 소비자들에 판매하는 가격은 낮아졌는데 납품받는 가격은 그대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 업체에서 약국·편의점에 공급하는 자가검사키트 가격은 1개당 3700~4000원 선이다. 선별진료소, 학교, 군부대 등에 보내기 위해 조달청에 납품하는 가격(2420원)보다 소폭 높다. 같은 가격으로 공급받아 소분 포장하는 업무 부담이 가중됐는데 판매가는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약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자가키트 관련, 약사만 부당이득을 챙기듯이 보이는 정책 제발 멈춰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현직 약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마스크, 타이레놀에 이어서 키트까지 문제가 일어난 상황에서 '약사들은 잘하고 있다, 고생이 많다, 힘내달라'는 취지의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장사를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문제가 생기면 형사처벌하겠다는 사안만 나오는 것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약국 종사자들에 어떤 정신적인 타격을 줄지 생각해봤냐"라고 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에 대한 업무 지원이나 납품 가격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압박만 있는데 이는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누가 판매하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키트 가격 조정과 관련 "이번 조치에 공급 가격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소분 포장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있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