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1% 폭등한 ETF…서학개미는 피눈물을 흘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에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가 2.88% 하락하며 기술주 낙폭이 컸다.


특히 반도체주가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ICE 반도체 지수는 이날 3.88% 하락한 801.59로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셰어즈(SOXS)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이하 디렉시온 반도체 베어 3X)

이 ETF(상장지수펀드)는 ICE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 방향으로 3배 추종한다.

이날 디렉시온 반도체 베어 3X는 ICE 반도체 지수의 하락률(3.88%) 대비 약 3배인 11.17% 폭등했다.


3.88%의 3배는 11.64%이지만 디렉시온 반도체 베어 3X가 ICE 반도체 지수의 일간 수익률 3배를 반대 방향으로 꼭 맞추는 것은 아니다.

ICE 반도체 지수가 올들어 13.96% 하락하면서 이 ETF는 올들어 수익률이 31.58%에 달한다.

이 ETF는 반도체 지수의 하루 등락률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특정 기간의 수익률은 3배와 상관없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서학개미들이 올들어 많이 투자한 ETF는 디렉시온 반도체 베어 3X가 아니라 이 ETF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SOXL)라는 점이다.(이하 디렉시온 반도체 불 3X)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들어 디렉시온 반도체 불 3X를 4억3752만달러 순매수했다.

테슬라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규모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는 나스닥10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ETF다.

서학개미들이 올해 대거 사들인 디렉시온 반도체 불 3X는 이날 하루 11.34% 폭락했으며 올들어 41.73% 추락했다. 이 ETF의 올들어 낙폭은 ICE 반도체 지수 하락률의 약 3배다.

반도체는 공급 부족을 겪을 정도로 수요가 많지만 공급망 불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1년간 반도체 지수 9% 올랐는데…베어 3X -60% vs 불 3X -7%그렇다고 디렉시온 반도체 베어 3X가 대안은 절대 아니다. 이 ETF는 지난해 2월18일부터 이날까지 1년간 마이너스 60.97%라는 최악에 가까운 수익률을 보였다. 1년 전에 1000만원을 이 ETF에 넣었다면 지금은 400만원도 안 남았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ICE 반도체 지수는 9.07% 올랐다. 디렉시온 반도체 베어 3X의 1년 낙폭은 ICE 반도체 지수의 1년 상승률 대비 3배가 아니라 6.7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디렉시온 반도체 불 3X는 지난 1년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보다 3배 더 높은 27.21%의 수익률을 거뒀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7.16% 손실이 났다.

레버리지 ETF들은 벤치마크의 하루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특정 기간의 수익률은 기대와 크게 다를 수 있다.

기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면 실적 회복을 기대하며 기다릴 수도 있지만 레버리지 ETF는 하루 등락률에 반응하는 만큼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인내하는게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디렉시온 반도체 불 3X에 투자한 사학개미들로선 눈물 나지만 냉철한 현실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