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76조' 버핏의 한탄 "투자할 곳이 없다"…대신 자사주 매입

워런 버핏 /사진=블룸버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2)이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투자할 곳'이 없다고 한탄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016년 애플에 투자한 이후 대규모 투자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버크셔해서웨이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체 순이익이 사상 최고치인 898억 달러(약 108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 기록한 425억 달러(약 51조원) 대비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특히 투자수익이 전년(316억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623억 달러(약 74조7600억원)을 기록하며 순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주가에 따라 변동하는 투자수익보다 워런 버핏이 더 중시하는 영업이익도 급증세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72억8500만 달러(약 8조7400억원)을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난으로 자회사 BNSF철도와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의 실적이 호전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버핏은 주주서한을 통해, 그와 버핏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98)가 "버크셔해서웨이의 1467억 달러(약 176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지만, 우리를 흥분시키는 기회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찰리와 나는 가끔씩 지금과 비슷하게 현금을 많이 보유한 시기를 견뎌야 했다"며 "이 시기는 결코 유쾌하지 않지만, 영구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버핏은 덧붙였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2016년부터 애플 주식을 약 311억 달러(약 37조3200억원) 매수한 이후에는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버크셔는 지난 2021년말 기준 애플 지분 5.6%를 보유 중이며, 보유지분 시가총액은 매수가 대비 다섯 배가 넘는 1611억5500만 달러(약 193조원)에 달한다. 버핏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훌륭한 경영자'라고 극찬한 바 있다.


현금을 많이 보유한 버크서해서웨이는 대신 지난해 자사주 취득에 271억 달러(약 32조5200억원)를 사용하는 등 자사주 매수를 늘리고 있다. 올해도 이미 12억 달러(약 1조44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한편 버핏은 "낮은 장기 금리가 주식, 아파트, 농장, 유정 등 생산적인 투자수단의 가격을 밀어올렸다"며 "다른 요소도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치지만, 금리가 항상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평균적으로 볼 때, 자신의 투자를 편안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끊임없이 바뀌는 헤드라인, 수다, 약속에 들썩이는 사람들보다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버핏은 강조했다.

버핏의 장기 투자 전략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추종자들을 양성했다. 이들은 주식투자와 주요 이슈에 대한 버핏의 생각을 듣기 위해 매년 그의 주주서한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