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LG엔솔 막을까"…물적분할 '제동'에 개미 '환호'vs기업 '긴장'

앞으로 상장기업들이 물적분할을 할 때 모회사 주주 가치를 보호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기업가와 개미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LG에너지솔루션 (331,000원 ▲3,000 +0.91%) 상장으로 피해를 본 LG화학 (351,500원 ▲1,000 +0.29%) 주주 등 개미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반면, 향후 자회사 상장을 앞둔 기업들은 상장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며 긴장감을 내비치고 있다.
물적분할, 개미들 불만 터지자…정부 "모회사, 주주보호 방안 마련해라"지난 6일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이나 합병 등 기업 소유구조가 변경되는 경우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주주보호를 위한 정책을 밝혀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냈다. △소액주주 의견수렴 △반대 주주의 권리보호 등 주주 보호 방안을 기업 스스로 마련해 보고서에 적시해야 하고 정책이 없는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를 신설해 자회사 주식을 전부(100%) 소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기업분할 제도다. 그러나 최근 몇몇 기업들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핵심 사업부가 분리되면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해 개미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정부는 모회사 주주가치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물적분할 이후 모회사 가치가 하락한 대표적인 사례가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해 상장한 LG화학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월 27일 상장된 이후 LG화학 주가는 내림세를 면치 못해왔다. 7일 종가 기준 LG화학은 2만1000원(3.93%) 하락한 51만4000원에 거래를 마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50만300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먼저 '주주 보호' 방안 내놓은 기업들…그럼에도 '긴장감' ↑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정부 가이드라인에 앞서 기업이 먼저 기존 주주 지분가치를 지키기 위한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NHN (21,950원 0.00%)은 자회사 상장을 추진할 때 주주총회 특별결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회사가 소유한 분할법인의 주식을 기존 NHN 주주들에게 현물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지난달 KT도 15일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리해 KT클라우드를 신설하겠다고 밝히며 주주총회에서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할 근거를 마련하고, 기업분할 관련 개선책이 법제화되면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증권가에선 "기업분할이 주는 부정적 인식 해소를 위해 소액주주 보호장치를 마련했다(메리츠증권)"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실상 '기업 옥죄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긴장감도 감지된다. 특히 CJ (137,900원 ▲1,200 +0.88%)(올리브영), 이마트 (61,300원 ▲500 +0.82%)(SSG닷컴) 등 최근 자회사 상장을 추진한 기업들은 이번 조치를 면밀히 살피는 모양새다.


오히려 모회사 주주들의 불만과 달리 물적분할이 주주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물적분할 후 상장 포함)은 포괄적 개념에서는 주주가치를 훼손시키기도 한다"면서도 "경우에 따라 히든 밸류(hidden value) 관점에서 주주가치를 제고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 공모는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알짜 비상장 자회사의 재평가 계기가 되기도 때문"이라며 지주회사에 대한 매수의견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