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진에 女風…CEO 천장도 깨진다

금융지주 신임 사외이사진에 여풍/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주요 금융지주 신임 사외이사진 선임에 여풍(女風)이 분다. 1980년생(만 42세), 1983년생(만 39세)을 발탁하며 '세대 교체'를 이룬 곳도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여성 이사를 의무로 둬야 하는 법 개정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에 이어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게 됐다. 이사회가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재선임 추천된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와 함께 2명의 여성 사외이사로 활동한다. 김 교수는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김 교수는 인권, 사회 복지 연구 실적이 두드러지는 인사다. ESG,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민영화 첫해를 맞는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1980년생인 송수영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우리금융의 첫 여성 사외이사이자 첫 40대 초반 연령 사외이사 발탁이다. 기존 우리금융 사외이사진은 남성 6명으로 구성됐었다. 송 변호사를 추가하면서 인원이 늘었고, 다양성도 갖추게 됐다. 송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ESG 분야를 주로 담당해 법률, ESG 전문가로 추천됐다.

지방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 추천도 눈에 띈다. BNK금융지주는 만 나이로 30대인 1983년생을 '깜짝 발탁'했다. BNK캐피탈, 부산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이력이 있는 김수희 변호사를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법률 전문가로 추천된 김 변호사는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낸 만큼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DGB금융지주는 김효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법률, 금융소비자보호에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상법, 민사 분쟁과 관련한 경험이 많은 점을 인정받았다. JB금융지주는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을 지냈던 이성엽 회계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지주마다 ESG 경영을 강화하는 추세 속에서 단행된 인사인 동시에 법 개정에도 대비한 조치다. 특히 오는 8월 개정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는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에는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 구성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들은 여성 사외이사진 확대를 준비해왔다. 신한금융은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사외이사 후보군에 최소 20% 이상을 여성으로 반영하도록 기준을 세웠다. 이미 신한금융 사외이사 후보군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7.4%다. 2년 전엔 27.8%, 1년 전엔 24.8% 수준이었는데 눈에 띄게 비중이 확대됐다.

사외이사뿐만 아니라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인사에서도 유리천장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신한금융에선 조경선 신한DS 대표가, 하나금융에선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사장이 각각 그룹 계열사 첫 번째 여성 CEO로 이름을 올렸다. 금융지주마다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성 CEO 확대에 힘쓴 결과다. 금융권 처음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시작한 신한금융에서는 전날 '신한 쉬어로즈' 다섯 번째 기수가 활동을 시작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은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가 강했는데 최근 몇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성별 다양성은 ESG 경영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만큼 앞으로 여풍이 좀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