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러시아 가스·원유 안 사요"…韓 신재생에너지 기업, 기회 온다

한화 태양광2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들이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재생에너지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의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유럽은 오는 2030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로부터 독립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유럽 등에 진출한 한국 재생에너지 기업들도 이 틈을 적극 공략하며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을 금수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서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의 민간 자본을 통한 투자도 금지된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같은 날 2030년 전에 러시아산 화석연료에서 유럽을 독립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산 가스 수요를 연말까지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EU는 가스 소비량의 4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는 25%, 석탄은 45%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앞서 독일도 에너지 안보를 위해 당초 205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재생에너지 비중 100% 달성을 2035년까지로 15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독일 전력 비중의 80%, 2035년까지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러시아산 에너지의 가장 큰 수입국 중 하나인 영국도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업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결국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은 러시아 화석연료 수입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장기적으로 높은 가스 가격을 피하는 방법은 청정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에드워드 마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최근 미국이 러시아 석유제품을 청정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했다.

실제로 시장에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기업 선파워, 선런, 수소기업 플러그파워는 미국의 러시아산 화석연료 금수 조치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루션, OCI, 풍력 관련 기업 씨에스윈드, 유니슨, 삼강엠앤티 등이 주가가 오르는 추세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에 진출한 기업들 위주로 수혜가 있을 전망이다. 미국에선 이번 러시아 금수 조치와 맞물려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포함된 '더 나은 재건 법안(BBB)'도 재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2차 인프라법안으로 불리는 BBB까지 통과되면 한화큐셀, 한화에너지 등 미국에 진출한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혜택을 받는다.

BBB법안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기술 관련 투자에 부과되는 세금의 일부를 공제하는 ITC(Investment Tax Credit) 공제율 30%를 2031년까지 연장하고, 태양광 생산세 공제 등의 제도를 시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린수소 생산과 사용에 대한 민간 투자도 지원한다. 미국 주거용 및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한화큐셀이 유리하다.

한화큐셀은 전체 태양광 패널 중 20~30%는 유럽 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유럽의 탈(脫)러시아산 화석연료 움직임으로 유럽 시장의 판매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화큐셀의 주력 시장인 독일은 올해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보조금 삭감을 보류하고, 현재 연간 5GW(기가와트) 수준인 태양광 발전 설치량을 2028년까지 20GW로 증가시킨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한화솔루션 독일 현지법인인 한화EU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유럽지역 사업 확대를 위해 대주단 금융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8월 RES프랑스 지분 인수로 유럽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권만 총 10GW를 확보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각지에서 태양광과 육·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풍력발전 기업들도 블루오션이 열린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강국인 영국은 2030년까지 40GW 규모의 발전용량을 목표로 대규모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해상풍력 불모지인 스페인도 2030년까지 부유식 발전용량을 최대 3GW로 늘리기로 했다. 독일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량을 30GW로 늘리고 2035년까지 육상풍력 발전량은 최대 110GW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국에선 씨에스윈드의 수주가 기대된다. 씨에스윈드는 전체 매출액 중 유럽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포르투갈 풍력타워·해상타워 하부구조물생산기업인 ASM사를 인수해 해상풍력타워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터키에도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대규모 증설을 완료했다. 특히 중국 풍력타워업체들이 유럽에서 반덤핑 판정을 받아 씨에스윈드의 경쟁력이 더 커졌다. 업계에선 씨에스윈드의 유럽 풍력타워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SK에코플랜트가 지난해 인수한 삼강엠앤티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제조해 글로벌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세아제강지주의 영국 생산법인 ㈜세아윈드도 해상풍력 발전용 기초 구조물인 모노파일을 제작하는 만큼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세아윈드는 지난해 말 글로벌 해상풍력발전시장 1위 기업 덴마크 오스테드로부터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 사업인 '혼시3(Hornsea3) 프로젝트'에 공급될 대규모 모노파일을 수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