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임대차3법 폐지' 카드 꺼냈다..전세시장 '대혼란' 폭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소은 기자

(서울=뉴스1)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2022.3.28/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임대차3법 폐지를 검토 대상에 올리면서 임대차 시장에 파장이 예고됐다. 시행 2년을 맞아 제도가 어렵사리 정착되는 시점에 '폐지'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3법은 정착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했지만 '폐지'보단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수위, "임대차3법 폐지부터 대상 축소까지 제시"...2020년 7월이후 2년도 안돼 '존폐 기로'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임대차3법 관련) 개선과 대안에 대한 검토가 다양하게 이뤄졌다"며 "폐지부터 대상 축소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방향의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3법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7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됐고 지난해 6월에는 임대차신고제가 시작됐다. 임대료 증액을 직전의 5% 이내로 묶는 한편 세입자가 2년의 임차기간 이후 추가로 2년을 더 살수 있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줬다.

제도 시행 후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갱신계약과 신규계약간 전셋값이 한때 2배 가량 벌어지는 '이중가격 문제'가 심각했고,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늘어 났다. 집주인 입장에선 세입자에 4년 거주권을 내주면서 본인 소유집을 제때 팔지 못해 '재산권 침해' 논란도 불거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부동산 정책으로 '임대차3법'을 꼽고 '임대차3법 전면재검토'를 공약한 바 있다. 구체적으론 "임대차3법의 적절한 개정과 보완 장치 마련을 통해 임대차 시장의 왜곡을 바로 잡고 임차인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의 이날 브리핑은 임대차3법 수정·보완 뿐 아니라 아예 '폐지'하는 방안까지 고려 대상에 넣었음을 공론화한 셈이다.

두달 하락한 서울 전셋값 인수위發 전셋값 폭등할라.."폐지보다는 집주인 인센티브나 대상 축소가 바람직" 목소리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 2+2년(4년) 거주 기간과 전월세 상한제가 어렵사리 정착되고 있는데 임대차3법을 폐지할 경우 시장 혼란이 심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근 서울 전셋값은 빠르게 안정세를 찾고 있다. 서울 아파트 주간 전세가격 변동률은 지난 1월31일 이후 약 2개월(8주) 간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세입자가 많이 사는 대표 아파트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의 경우 최근 신규 전세가격이 갱신 전세가격보다 오히려 낮아지는 '역전현상'도 벌어졌다.

송인호 KDI 선임연구위원은 "어차피 진행한 만큼 이제와 개정하면 시장에 더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임대차법을 폐지하면 더 큰 사회적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세입자의 권리도 민감한 상황인 만큼, 집주인에게 인센티브를 더 주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섣부른 '폐지 검토' 공개가 전셋값을 다시 부추길 우려도 나온다. 2+2년 전세제도를 폐지한다고 정부가 '예고'만 해도 집주인이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때까지 전세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셋값이 폭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2+2년 계약을 맺은 경우라면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최소 2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규제 격차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4년간 세입자에 거주권을 준 집주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집주인은 최소 '실거주 2년'을 채워야 양도세 혜택을 보는데 임대차3법이 적용된 전세집에는 실거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거론된다.

전면 폐지보다는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나 6억원 이하 중저가 전셋집 등에 제한적으로 임대차3법을 적용하는 방법도 연착륙 방안으로 제시된다. 임대차법이 당초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장치였던 만큼 강남3구 등 고가 전셋집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 하는 한편 세입자 보호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자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