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정경심, 골프리조트 아들 성관계 불법촬영 재판에 거론된 이유는?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여러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한 기업 회장의 아들 권 모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권씨는 서울 강남역 인근 자신의 아파트에서 여러 여성과 성관계한 장면을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권씨가 소지한 영상은 수백개이며 피해자도 수십명으로 추정된다. 권씨는 촬영 날짜와 여성의 이름·나이 순으로 불법촬영물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마약성 약물을 투약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21.12.11/뉴스1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면서 불법 촬영을 한 혐의를 받는 유명 골프리조트 회장 아들 측이 "외장하드와 영상물은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벌어졌던 '위법 수집 증거' 문제와 같은 맥락이다.

골프리조트 회장 아들 A 씨의 변호인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부장판사 김창모)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A씨와 그의 비서 B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A씨의 변호인은 "압수된 외장하드는 A씨의 의사만 확인하고 변호인의 의견은 묻지 않은 채 수집했으며, 영상물 선별절차에서도 실질적인 소유자인 A씨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외장하드에 들어있는 영상물도 A씨가 제출한 것이 아니고 제 3자가 훔쳐서 임의제공한 것이라 A씨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했다. 영상물의 소유권이 A씨에게 있는데 이를 절취당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영상물이 아닌 외장하드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검찰 측은 "(A씨의 변호인은) 계속 A씨 소유의 영상물을 절취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상 압수 후 선별절차 때는 영상물이 아니라 매체인 외장하드가 누구의 소유이고 관리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경심 재판에서 문제가 됐던 동양대 PC도 공용으로 사용했고 동양대 사람이 압수수색에 참여했기 때문에 참여권이 보장된 걸로 보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보지 않았다"며 "(변호인 주장대로) 애초에 영상물에 소유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외장하드를 구매한 사람이 A씨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임의제출된 증거에 대한 피의자 참여권 보장은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재판에서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혐의 관련 증거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가 제시됐다. 해당 PC에서는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된 동양대 총장 직인 그림 파일과 상장 양식, 대학원 입학용으로 보이는 자기소개서 등이 나왔다.

정씨 측은 "강사휴게실 PC를 동양대 조교가 임의제출했고, 포렌식 등 과정에 정 전 교수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정씨의 상고심에서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동양대 측이 PC를 2016년 12월 이후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하면서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이를 공용 PC로 사용하거나 임의처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한 대형 골프 리조트와 기독교계 언론사를 운영하는 기업 회장의 아들로 리조트 이사직을 맡고 있는 미국 국적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총 37회에 걸쳐 여성 37명의 나체를 피해자들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비서 B씨도 A씨와 함께 지난해 11월 총 3회에 걸쳐 3명의 나체를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법원이 같은 달 11일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들은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기 전인 5월 말까지는 선고를 마쳐야 한다며 오는 4월6일과 5월13일로 다음 기일을 정했다.

다음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