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 아냐"…中경제 식어가는데 애플도 TSMC도 '벌벌'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하는 모습이 12일 베이징에 있는 중국 공산당 박물관에서 방영되고 있다. 11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6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초장기 집권 명분이 담긴 역사결의가 채택돼 내년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세 번째 연임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2021.11.12.

세계 최대 수출국이자 막대한 소비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이 가시화하며 글로벌 경기도 타격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 내 오미크론 확산으로 강력한 봉쇄 정책이 장기화돼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소득 감소에 따라 소비시장도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진출 미국 기업들 생산에 차질…글로벌 기술기업 타격 우려 1일(현지시간) CNBC는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미국 기업 절반가량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는 미국 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말 중국에서 활동하는 167개 회원사들을 조사한 결과로, 응답업체의 54%가 자사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특히 이들 중 76개의 제조업체 중에선 80% 이상이 생산량이 줄고 공급망도 차단됐다고 보고했다.

이같은 변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내 경제활동이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발 감염 확산으로 인해 도시봉쇄 조치가 이어지며 상하이, 창춘, 선전 등지에서 조업 중인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생산공장들은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성장과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엄격한 도시 봉쇄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이 전 세계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선전의 봉쇄정책으로 애플의 주요 공급사인 폭스콘은 올해 매출이 최대 3%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부품가격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률은 한층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역시 가동을 멈췄다. 여기에 지난달 28일부터 8일 동안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마저 봉쇄를 진행 중이다.

중국 내 지표는 이미 악화했다. 제조업지수는 5개월 만에 다시 위축 국면으로 들어섰다. 최근 공개된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의 50.2보다 낮은 49.5로 집계됐다. 제조업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웃돌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서비스업 경기를 반영하는 중국의 3월 비제조업 PMI도 48.4로 전월(51.6)보다 크게 하락했다. 이는 7개월 만의 위축 국면 돌입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이 목표로 제시한 '5.5% 안팎'의 연간 성장률보다도 한층 낮은 수준으로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중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5.1%에서 4.6%로 하향 조정했다.

봉쇄령 따른 활동 제약, 소득 감소로 소비시장도 '휘청'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중국발 수요감소를 예상한다. 1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의 회장이 지난 30일 대만 반도체협회 행사에 참석해 "세계 가전 수요가 줄어들 조짐을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특히 최대 소비시장 중국에서 스마트폰, PC, TV 등에 대한 소비 둔화가 나타났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아이폰SE 3'의 2분기 생산량을 20% 줄이기로 했다.

외신들은 중국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면 애플·스타벅스를 비롯한 다수 해외진출 기업의 매출도 상당한 영향받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은 거대 소비재 시장으로 개인 소득도 빠르게 늘어 소비 시장 규모가 미국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중국의 올 1~2월에는 소매 총액이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 양호했지만, 최근 봉쇄 강화로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 시각도 많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현재 코로나가 접촉성·밀집성이 높은 서비스업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며 "관광, 교통, 요식업 등 업계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데, 관련 서비스 업종에서 향후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타벅스 창립자 하워드 슐츠 /로이터=뉴스1

신흥국 경제도 '타격'…세계 인플레이션 문제엔 긍정 효과? 최근 중국의 경제 상황은 생산뿐 아니라 물류에서도 세계 시장에 문제를 낳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하이 봉쇄로 전 세계 공급망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면서 "생산 차질보다 물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상하이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아직 항구 폐쇄는 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현재 기조처럼 도시 봉쇄책을 이어갈 경우 세계 각국으로의 배송 지연, 조달 문제 및 비용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세계 2위 수입국(전체의 11.5%)이기도 한 만큼 만큼 여파는 신흥국에 크게 미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칠레, 브라질 등의 대중국 수출 의존은 15~ 30%에 달한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이들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편 중국의 경기 둔화가 전 세계 물가 급등세를 억누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소비대국 중국 경제까지 과열될 경우 공급망에 한층 부담이 가게 된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아시아 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중국 경제 둔화가 전 세계 물가 압력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