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받기 어려웠던 이유 있었다…의료자문 후 부지급율↑

지난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심사가 예년에 비해 깐깐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청구를 받은 이후 헷갈리는 부분을 보완하고자 의료기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 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비율이 전년대비 대폭 늘었다.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지급 기준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고, 보험사들도 관련 손해율 축소에 집중하고 있어 보험금 지급 심사는 올해도 까다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손해보험협회가 최근 공시한 '손보사 의료자문 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의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 실시건수는 총 3만8335건으로 2020년과 비교해 5.2% 늘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나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등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다. 보험금 지급 판단이 애매할 경우 보험사들이 활용한다.

의료자문 관련 공시 대상 보험 상품은 실손보험을 포함한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이다. 공개되는 의료보험 자문 실시 건수 중 손보사가 현저히 많은 이유다. 실손보험 상품 가입비율은 8대 2로 손보사가 생명보험사보다 월등히 높고, 자동차보험은 손보사만 다룬다.

전체 보험금 청구에 대한 의료자문 총 건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각 손보사별로 증감폭은 상이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의료자문 건수의 경우 현대해상이 5222건에서 6077건으로, DB손보가 2378건에서 4972건으로, 메리츠화재가 3407건에서 3737건으로 2020년에 비해 늘었다. 반대로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1만7115건에서 1만7006건으로, KB손보는 5292건에서 4200건으로, 흥국화재는 1267건에서 987건으로, 롯데손보는 1005건에서 662건으로, 농협손보는 755건에서 694건으로 감소했다.


관심을 끄는 건 의료자문을 실시한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비율(부지급률)이다. 삼성화재만 2020년 1.13%에서 2021년 1.14%로 거의 변화가 없었고, 나머지 손보사들의 부지급률은 크게 상승했다.

현대해상이 2.96%에서 3.82%로, DB손보가 4.1%에서 9.59%로, 메리츠화재가 1.02%에서 6.2%로 늘었다. 심지어 의료자문 건수가 줄어든 손보사들도 부지급률이 상승했다. KB손보가 3.3%에서 4.93%로, , 흥국화재가 4.23%에서 6.21%로, 롯데손보가 6.49%에서 7.13%로, 농협손보가 4.17%에서 5.47%로 부지급률이 올랐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보험 상품 지급 심사가 예년에 비해 깐깐하게 진행됐다는 의미라는 것이 손보업계 설명이다. 올해도 보험금 지급 심사 기조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수년째 130%대의 손해율을 보이며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1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손보험은 보험금 지급 누수를 위한 갖가지 대책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적자 만회를 위해 심사기준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보험사들에도 선제적으로 심사기준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뿐만 아니라 지난해 4년만에 흑자로 돌아선 자동차보험 부문도 손해율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