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지 않은 '강철부대2', 왜 물러졌을까

사진제공=SKY채널, 채널A

채널A·SKY 예능 ‘강철부대 시즌2’가 이름에 걸맞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제목은 여전히 ‘강철부대’지만 그 단단함은 시즌1에 비해 물러진 모양새다.


이는 수치로 증명된다. 지난 2월22일 4.2%(채널A 전국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2회 4.4%로 소폭 상승했으나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3월22일 2.9%를 기록한 후 살짝 고개를 들었지만 내내 상승세를 보이던 시즌1과 비교하면 성에 차지 않는다.



시즌1의 시청률을 보자. 2.9%로 시작한 후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며 6.8%까지 치솟았다. 이런 기대감을 바탕으로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월등히 높은 시청률로 출발선을 끊었으나 이후 반응이 지지부진하다.


단순히 시청률만의 문제는 아니다. 화제성이 뚝 떨어졌다. 주변에서 ‘강철부대’를 놓고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줄었다는 의미다. 제작진은 시즌1과 비교해 "더 세졌다"고 강조하며 홍보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반대로 걷고 있다. 왜일까?


항간에는 초반 논란을 그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있다. ‘강철부대2’는 시작과 동시에 참호 격투로 승부수를 띄웠다. 대진결정권, 작전도 획득권, 상대 선택권 등 강력한 베네핏을 걸고 상의를 탈의한 건강한 남성들의 몸과 몸이 부딪히는 힘의 대결은 시즌1에서도 백미로 꼽혔다. 이를 두고 한겨울에 상의를 탈의하고 물에서 격투를 벌이는 모습이 가학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격투에 참가하는 이들이 하나씩 상의를 벗고, 그들의 몸을 훑듯 지나가는 카메라 워킹 역시 선정적이라는 날 선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사진제공=SKY채널, 채널A

하지만 이런 논란이 시청률 하락을 가져왔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통상 ‘시청률은 논란을 먹고 산다’고 말한다. 오히려 이런 자극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논란을 통해 덩치를 키운 프로그램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정성 논란이다. 참호 격투 과정에서 SSU 허남길과 SDT 김태호, UDT 김명재가 연합했다. 격투를 시작하기 전 이미 입을 맞춘 이들은 신속하게 다른 부대원들을 제거해나갔다. ‘힘을 합치면 안 된다’는 룰이 없었기 때문에 마스터와 제작진은 이를 용인했다.


하지만 이 때 합종연횡을 ‘전략’으로 규정한 결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최강대원 선발전의 승자들에게 주어진 베네핏을 각각 받은 707(대진결정권), 해병대(작전도), 특전사(상대 선택권). 이 때 707과 해병대가 각자 얻게 된 대진결정권과 작전도를 공유하기로 했고, 시즌1에는 없었던 장면을 보고 당황하는 MC들을 향해 최영재 마스터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대와 부대 간 연합은 분명 시즌1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볼거리였다. ‘섬싱 뉴’(something new)를 원하는 대중을 위해, 제작진은 이를 용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공정한 대결’을 전제로 깔고 ‘강철부대2’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강철부대’는 승패가 갈리는 서바이벌이다. 누군가는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고, 누군가는 탈락한다. 하지만 시즌1의 경우, 이 과정에서 패자들도 박수를 받았다. 공정한 대결에서 얻은 승리를 쟁취한 이들이나, 패배에 승복하는 모습 모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략’이라는 미명 아래 세를 규합한 이들이 다른 이들을 몰아내는 과정은 결코 공정하게 보이지 않았다.


‘강철부대’는 부대와 부대 간 대결이 주요 콘셉트다. 하지만 부대 간의 연합은 이러한 대전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규합 과정에서 친해진 이들이 서로를 도우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몇 년 사이 공정은 대한민국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이 박수 받는 이유는 오로지 땀의 무게로 공정하게 자웅을 겨루기 때문이듯, ‘강철부대1’은 똑같은 조건에 놓인 부대들이 각자의 신체능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이 아름다웠다"면서 "안타깝게도 시즌2는 이런 공정의 개념이 무너지는 몇몇 장면이 나왔다. 시즌1에는 없었던 모습이었기 때문에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 컸다"고 꼬집었다.

사진제공=SKY채널, 채널A

스타의 부재 역시 ‘강철부대2’를 향한 반응이 시들해진 이유다. 이번 시즌은 기존 부대에 정보사(HID), SART 등 두 개의 특수 부대가 합류하며 베일에 싸인 부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개개인의 매력만 놓고 보면 "시즌1만 못하다"는 반응이 적잖다.


시즌1에는 트로트 가수에서 용맹한 전사로 거듭난 박군을 비롯해 조각 같은 외모로 여심을 사로잡은 육준서, 괴물같은 피지컬로 좌중을 압도했던 황충원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탄탄한 팬덤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스타 탄생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707 이주용 역시 엄청난 근력과 투지를 보여주며 ‘용장군’이라 불리고 있으나, 외줄타기에 실패하며 팀이 패배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등 ‘압도적’이라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MC 김성주의 지지를 받던 특전사 김황중은 침착하게 미션을 진행하며 ‘황갈량’이라 불리기도 했으나 부상으로 인해 중도 하차하게 됐다.


더 나아가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것이 ‘강철부대2’ 앞에 놓인 가장 큰 걸림돌이다. 참호 격투를 비롯해 요인 구출 및 침투, 산악 구보 등은 이미 시즌1을 통해 시청자들이 봤던 그림이다. 실탄 사격과 같은 새로운 미션이 추가되기는 했으나, 전반적인 톤은 시즌1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힘을 쓰는 미션이 많아, 상대적으로 덩치와 체력이 좋은 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는 구조 역시 도마에 올랐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모든 시즌제 예능이 겪는 어려움을 똑같이 겪고 있는 것"이라면서 "기존 시리즈의 재미 포인트를 가져가는 동시에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강철부대’의 경우 비(非) 연예인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프로 방송인들과 같이 출연하는 다른 예능처럼 개개인의 역량에 기댈 수 없다는 것도 난제"라고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