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가격안정 난제...'깜짝 발탁' 원희룡이 푼다

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사진취재단)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낙점한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현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을 정상화함과 동시에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부여받게 됐다. 특히 이번 대선을 가른 표심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만큼 역할론이 더 커졌다.
규제 풀면 가격 상승 딜레마…원 내정자 해법은?윤 당선인 공약대로 민간 재개발, 재건축 시장 관련 규제를 풀어 단계적으로 사업지를 넓히면 중장기적으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도심 신축 아파트 공급량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현 정부 출범 이후 고질적 문제로 거론된 도심 공급위축 우려를 가라앉힐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개발 기대감이 미리 반영돼 일시적으로 특정 단지 가격이 불안해지는 '부작용'도 일부 감내해야 한다. 이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는 대선 전보다 시세가 수 억원 뛰고 있다. 인수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당선인에 보고되는 최종 국정과제가 확정되기 전 개별정책 검토 사항을 일일히 확인해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최근 재건축 단지 시세 상승은 정책 기조 변화를 기대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본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단기 가격지표에 매몰돼 정책 기조 전환을 망설이면 현 정부와 비슷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를 이끌어갈 인사들은 가격 흐름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관련 "중요한 지역의 공급을 늘린다는 취지에서 조속히 해야 하지만 그 와중에 가격이 다소 불안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고 체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사진제공=뉴스1

250만호 주택공급 로드맵, 보유세 완화, 임대차3법 개정 등 난제 산적국토부 장관의 공식 역할은 주택 공급과 교통망 확충이다. 다만 주택 정책은 공급은 물론 금융과 세제를 아우르는 종합 대책으로 원 내정자의 활동 범위도 여러 부처를 넘나들 것으로 예상된다.

원 내정자는 우선 윤 당선인이 임기 내 전국 250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 달성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함께 청년원가주택, 역세권첫집 등 세부 공약 실행을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무주택자 내집마련과 1주택자 이사 등 실수요자 지원을 위해 현행 40~50% 수준으로 설정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상향하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지금보다 낮추는 방향이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현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로드맵도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었던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비롯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도 대거 손질에 나설 전망이다.

전월세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히는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는 폐지 또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권 출범 초기 협치 고려했나…대권 잠룡 유력 정치인 이례적 발탁다만 이런 정책이 실현되려면 법개정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이 유력 정치인 출신의 원 기획위원장을 전격 발탁한 것은 정권 초반 부동산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여야 협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고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여소야대 정국을 고려할 때 원 내정자가 6월 지방선거 이후 정책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거론된다.

원 위원장의 내각 기용설은 종종 나왔지만 국토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당내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한 유력 정치인이 정책 리스크가 매우 큰 부동산 정책 총괄자로 직접 나선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정책 성적표에 따라 본인의 향후 정치 행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전문성이 없는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 내정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국민들의 고통과 국민들의 눈높이를 국토 부통산 교통 분야에서의 전문가들과 잘 접맥시켜서 정무적 중심, 종합적 역할 하라는 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각 분야의 심층적 전문성에 대해서는 잘 망라하고 조화될 수 있도록 구성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다만 원 위원장이 이번 대선 기간 '대장동 비리'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전문성도 일부 입증됐다는 의견도 있다. 대규모 개발 관련 법제도와 금융시스템 등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사건의 줄기를 요약해서 일반 국민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유튜브에서 해설 방송을 하면서 '대장동 1타 강사'로 이목을 끌었다.

현재 인수위 부동산TF 팀장으로 국정과제를 수립 중인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 위원장이 대선 후보 시절 캠프 인사로 영입했다. 제주지사를 역임하며 도시행정 경험을 쌓았고 현 정부 공시가격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국토행정 분야에서 높은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원 내정자가 장관에 공식 임명되면 정부 내에서 국토부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각종 부동산 대책 발표에서 경제 부처 맏형격인 기획재정부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앞으로 관련 정책 협의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