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암학회 시선 사로잡은 국산 AI 솔루션

미국암연구학회(AACR)에 참여한 국내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적잖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AI 기술을 이용해 항암제의 치료반응을 예측하거나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 비상장 (50,000원 0.00%)과 뷰노 (28,200원 ▲300 +1.08%), 딥바이오, 포트래이 등은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열린 'AACR 2022'에 참석해 암 질환의 예측·예후 관리, 치료제 반응 예측 등이 가능한 AI기반 솔루션 연구결과 등을 발표했다.


AACR은 전세계 120여개국, 4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미국암연구학회가 여는 연례학술행사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던 행사가 3년만에 대면행사로 전환됐다.

올해 행사에는 AI솔루션 관련 기업들의 발표도 한층 활발해졌다.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 코로나19(COVID-19) 유행기간 영향력이 높아진 AI 기술의 헬스케어 분야 접목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참여 기업 가운데 루닛은 자체 AI 바이오마커 플랫폼인 '루닛 스코프 IO'와 관련된 연구초록 2편을 발표했다. 루닛 스코프 IO는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암 조직 슬라이드 영상을 분석해 면역항암제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등 대사물질을 이용해 병리 상태와 약물 반응 정도 등을 측정·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뜻한다.


특히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과 함께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암유전체지도(TCGA)에서 자궁내막암(UCEC) 환자 486명의 면역학적 형질을 분석한 결과를 구연발표했다. 최근까지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이던 연구를 자궁내막함 환자를 대상으로 넓혔다는 평가다. 향후 다양한 암종으로의 연구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뷰노도 자체 AI 기반 병이 연구 플랫폼을 간암 병리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암 경계로부터의 거리를 기준으로 공간분석을 활용해 간암 예후 예측 데이터 기반 바이오마커 개발 및 해석이 핵심이다. 뷰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암 조직의 경계부에 위치한 면역세포 중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대식구(대식세포)와 림프구의 공간적인 분포가 간암의 예후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때문에 AI 활용 공간분석을 통해 대식구와 림프구의 분포와 비율을 확인하는 것이 간암 예후를 예측하는 유의한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암 치료 분야 세계 최고의 병원 중 하나로 꼽히는 MD앤더슨암센터와 함께 연구가 이뤄졌다.

딥바이오는 암 진단 및 예후 예측 딥러닝(인공지능을 활용한 기계학습) 모델과 유방암 조직 슬라이드 이미지 분석을 통한 생존률 예측, 전립선암 진단 AI 등 총 5건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참여한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발표다. 특히 췌장암 환자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선암종의 예후 예측에 활용되는 조직학적 공통점을 찾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정 암 환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딥러닝 모델이 다른 암 환자까지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포트래이는 딥러닝을 이용해 종양 미세환경을 분석하고, 바이오마커를 제공하는 AI기술을 활용해 폐선암 조직검사에서 5가지의 세포 타입을 정량화 분석하는 알고리즘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알고리즘으로 분별할 수 없는 세포들을 정량 분석에 성공 및 면역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의료 솔루션과 신약 개발 등 헬스케어 산업과 인공지능의 결합은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으로 꼽힌다.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신약 개발이 오래 걸리는 이유 중 하나는 초기 후보물질 단계에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임상 단계로 넘어와도 각 단계의 시험 결과 등을 살펴보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방대한 자료를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른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의료 솔루션 분야 역시 인간이 놓치거나, 오랜시간이 소요되는 검사결과 분석을 도와 정확도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잠재력 높은 헬스케어 산업 중에서도 유망 분야로 꼽히는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이미 AI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나선 기업들이 전세계 400여개에 가까울 만큼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신약개발 시장 규모만 연평균 40%씩 성장해 2024년 5조원 수준 전망된다. 이 같은 시장성에도 아직 완전히 주도권을 잡은 국가나 기업이 없어 국내기업에게도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특히 국내는 대표적인 IT기술 강국으로 꼽히는 만큼, 전통 제약시장에서의 경쟁에 비해 충분히 해 볼만 하다는 평가다.

루닛 관계자는 "AACR이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항암 파이프라인 연구결과 공유의 장이지만, 해마다 AI솔루션을 연구·개발하는 업체의 참여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세계에서 수요가 가장 높은 항암제 분야 치료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관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