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호텔 가서 일할까"…기분따라 출근지 정하는 이 회사

본인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아도 얼굴인식만으로 자신의 PC 근무환경을 구현해 근무할 수 있는 '아이데스크'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김수현 기자.

"본사에서 일하는 것에 비해 출퇴근시간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그 시간에 잠을 좀 더 자거나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어서 삶의 질이 훨씬 높아졌고, 애사심도 강해졌습니다."

입사 2년차인 홍경의 SK텔레콤 매니저는 최근 출퇴근 스트레스를 크게 줄였다. 거주지역인 서울 사당동에서 본사인 을지로 T타워까지 가려면 평균 40~50분 정도가 걸리지만, 신도림 거점오피스까지는 지하철로 17분이면 도착한다. 홍 매니저는 자신의 기분과 필요에 맞게 매일 아침 본사로 출근할지, 재택 근무를 할지, 집 근처 거점오피스로 갈지를 선택한다.


이같이 자유로운 출퇴근이 가능해진 건 SK텔레콤이 서울 신도림, 일산, 분당 등에 지난 7일 거점오피스인 'SK스피어'를 연 덕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 단계에 들어선 지금, 구성원들의 거주지 근처에 거점오피스를 열어 사무실과 재택근무의 장점을 모두 살린 '하이브리드 근무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늘은 탁 트인 남산뷰에서 일해볼까…매일 출근지 정한다

SK스피어 신도림점 모습. /사진=김수현 기자

지난 12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부근 SK스피어 거점오피스에 직접 가봤다. 21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대형 통유리로 탁트인 주변 풍경이 보였다. 소파가 놓인 카페 같은 분위기의 사무실에선 직원들이 자유롭게 앉아 업무를 하고 있었다.

출입 게이트에는 얼굴인식 장치가 있어 사원증을 가져오지 않아 고생할 일이 전혀 없다. 마스크를 쓴 채로도 미리 등록된 직원들의 얼굴이 0.2초만에 인식돼 시간 지체 없이 바로 문이 열린다.


자리 예약도 얼굴인식을 통해 가능하다. 일하는 패턴에 맞춰 층과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좌석 간 거리가 멀어 자리에서 간단한 통화나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아일랜드석', 공유와 협업에 최적화된 '빅테이블', 예약하지 않아도 이용가능한 '캐주얼석' 등 총 170여 좌석이 배치돼 있다.

출근 전에도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스피어' 앱을 이용해 집 근처 스피어가 얼마나 붐비는지 확인할 수 있다. 팀 내 구성원들이 어디로 출근해있는지도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원증·노트북 안들고 몸만 와도 OK…

SK스피어 안에 있는 VR 회의실. SK스피어 일산, 분당 지점에 있는 구성원들과 실시간으로 VR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수현 기자.

메타의 가상현실(VR) 플랫폼 '호라이즌'을 활용해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를 착용하고 SK스피어 일산, 분당 지점에 있는 구성원들과 실시간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하반기 중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HMD(헤드셋 방식) 버전이 나오면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스피어에는 개인 노트북을 들고 오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다. '아이데스크' 자리에 비치된 태블릿에 얼굴을 인식하면 클라우드 기반의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과 즉시 연동돼 본인이 평소 사용하는 PC와 같은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업무 중 조용하게 몰입하고 싶을 땐 1인 회의실을 이용하면 된다. 코로나19 이후 장시간 전화를 하거나 비대면 회의를 해야 해 독립된 공간의 필요성이 높아진 점을 반영했다.

SK텔레콤은 '내 집 앞의 업무공간' 스피어를 점차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7월에는 업계에서 급부상 중인 '워케이션'(근무+휴가) 컨셉트의 거점 오피스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에 오픈할 계획이다. 이 공간은 SK텔레콤뿐 아니라 SK하이닉스, SK스퀘어 구성원과 함께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