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중·단기 실적 모멘텀↑… 희귀질환 시장 공략 박차

GC녹십자 (119,400원 ▲4,800 +4.19%)의 중·단기 실적 호재가 예상되면서 희귀질환 신약 R&D(연구개발) 전망도 밝아졌다. 단기적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헌터라제 수출 호재에 이어 올해에도 독감 백신이 매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IVIG-SN 10%)' 미국 진출이 예상되면서 중기 매출 모멘텀도 충분하다. 중·단기 실적 호재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면 녹십자가 힘을 주는 희귀질환 신약 R&D 투자 여력도 올라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올해도 헌터라제 수출, 독감 백신 매출을 앞세워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직전 년도 대비 2% 증가한 1조5378억원, 영업이익은 47% 증가한 737억원이었다.


지난해 실적 상승 동력은 독감 백신인 '지씨플루'였다. 지씨플루 2021년 매출은 2297억원으로 2020년(1665억원)보다 28% 증가했다. 경쟁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 (59,500원 ▼600 -1.00%)가 코로나19(COVID-19) 백신 사업에 집중하면서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한 게 영향을 미쳤다. 올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을 생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씨플루 매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 수출도 기대된다. 이미 중국과 일본에서 품목허가를 얻어 아시아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매출액은 2019년 407억원, 2020년 467억원, 지난해 532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매출 성장 대부분은 해외 수출이다.

중기적 매출 성장 모멘텀은 IVIG-SN 10%의 미국 진출이다.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처(FDA)로부터 보완요구서를 수령해 시장 진출이 늦어졌다. 그러나 연내 오창 혈액제제 생산시설 실사만 마무리되면 이듬해 FDA 허가 획득, 오는 2024년 미국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
중·단기 외적 성장을 위해 녹십자는 희귀의약품 시장 공략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허은철 대표는 희귀의약품을 백신·혈액제제와 함께 R&D 3대 과제로 설정했다. 해외 제약사·연구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해에만 3개의 희귀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을 추가했다.


미국 제약사 미럼 파마슈티컬스에서 도입한 '리브말리'는 세계 최초 알라질 증후군 치료제로 지난해 9월 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 개발·판권을 가진 녹십자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했다.

스페라젠에서 도입한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 치료제도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를 노린다. 일본 돗토리 대학과는 GM1 강글리오시드증 경구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녹십자가 희귀의약품에 집중하는 이유는 최초 약물 개발 시 후발 주자 진입이 어렵다는 시장 특성 때문이다. 희귀질환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적다. 치료제를 빨리 출시하면 급격한 환자 수 감소로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지난해 녹십자가 도입한 세 개 파이프라인 모두 계열 내 최초 신약을 노리는 약물이다.

그러나 녹십자 희귀질환 파이프라인은 최소 6년이 지나야 신약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후보물질 탐색이나 동물실험 등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의 희귀질환 신약 개발은 임상 1상부터 최종 허가까지 평균 5년 11개월이 걸린다. FDA가 신속심사(Fast Track)나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등 희귀의약품 개발에 특혜를 부여한 덕분이다. 희귀의약품 상용화는 2030년 전후로 녹십자의 장기적 매출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