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만 수두룩 한 카드사…허리띠 조여 1분기 실적 선방

중소·영세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와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에도 카드사들이 1분기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뤄진 비용 효율화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된 감염병) 기대감에 따른 '보복 소비' 덕분이다. 하지만 본업인 신용판매부문의 이익이 줄고 있고, 강화된 대출규제로 금융부문 수익성에도 '노란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조달금리마저 지속적으로 오를 예정이라 향후 경영환경이 밝진 않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신한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759억원으로 전년 동기(1681억원) 대비 4.7%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에도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1조1515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할부금융과 리스 영업수익이 각각 11.9%, 27.8% 성장했다.


삼성카드도 지난해보다 16.2% 증가한 1분기 16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본업인 신용카드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신용판매 영업수익 5039억원을 기록, 1년 전(4677억원)보다 7.7% 성장했다. 2013년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이후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우리카드는 지난해보다 18.9% 성장한 1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는 순이익이 줄긴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국민카드는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415억원에서 1189억원으로 16.0%(226억원) 감소했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1년 전보다 259억원 늘린 영향이다. 하나카드(546억원)도 이 기간 순이익이 24.7%(179억원) 줄었는데, 이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와 대출 규제 영향으로 카드론 취급액이 감소한 결과다.

이같은 카드사들의 실적 선방은 비용 절감을 통한 '제살깎기' 전략을 펼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예컨대 삼성카드는 지난 1분기 판매관리비로 4736억원을 썼는데, 이는 1년 전(4987억원)보다 5%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전략으로 마케팅 비용은 줄이면서도, 그전보다 더 높은 마케팅 효과를 거두면서 가능해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100만원의 마케팅 비용을 쓴다고 하면 100명에 1만원씩 혜택을 주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50만원을 쓰면서 타겟팅 된 10명에 5만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라며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대상을 선정하는 만큼, 적은 비용으로도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카드사들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하에선 절감한 비용분이 미래 수수료율 인하 여력으로 작용해서다. 카드업계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카드업계는 여전히 미래 전망이 어둡다고 본다.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부문에서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개인신용대출사업과 자동차 할부금융 등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메우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어서다.

그마저도 올해부터 카드론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때 반영되고, 중금리대출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한 인터넷전문은행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대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위기요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카드사들의 조달금리 상승은 '정해진 미래'이자 '현재진행형'이다. 실제 삼성카드의 1분기 신규 차입금 조달금리는 2.34%로, 1년 전(1.07%)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지난해 상당 부분 자금을 미리 조달해 놓은 상태라 상반기까지는 버틸 여력이 있다"며 "다만 금리인상기 장기화에 대출 규제, 은행권과의 경쟁 등으로 하반기 이후에는 수익·재무구조 악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