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아도 나빠도 추락…"물타기 하지 말라" 개미들에 조언

코스피가 전 거래일(2668.31)보다 29.25포인트(1.10%) 내린 2639.06에 마감한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911.16)보다 14.98포인트(1.64%) 하락한 896.18,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50.8원)보다 14.4원 오른 1265.2원에 마감했다. 2022.04.27./사진=뉴시스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됐지만 코스피는 한겨울이다. 좋지 않은 실적을 낸 종목의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좋은 실적을 기록한 종목 역시 쉽사리 상승하지 못한다. '실적 차별화 장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27일 코스피에서 현대차 (246,500원 ▲1,500 +0.61%)는 전 거래일 대비 변화가 없는 18만7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기대 이상의 1분기 실적을 낸 현대차는 지난 25일 1.11%, 전날 2.75% 올랐는데 이날 상승세를 멈췄다. 장중 한때 2.14% 내리기도 했다. 긍정적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아 (113,900원 ▼400 -0.35%)도 하락했다. 전날 4.90% 올랐지만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00원(0.24%) 내린 8만33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잠깐 반등에 이어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도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증권가 목표주가는 대부분 유지됐다. 심지어 하향 조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당장 환율이 높아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주에 우호적이지만 거시 경제 환경 전반이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기가 쪼그라들어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판매 가격 인상을 통해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추가 비용 증가 가능성과 대응 방식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까지 인센티브 감소가 평균판매가격(ASP) 인상의 주된 방법이었지만 점차 차량 판매 정가를 인상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현대차의 제품 믹스 개선이 유지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차량 판매 정가 인상을 계속 받아들일 수 있는 거시 경제 환경이 조성될 것인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모습. 2022.4.7./사진=뉴스1

좋은 1분기 실적을 거뒀지만 주가는 거꾸로 하락하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500만명이 넘는 개미(개인 투자자)가 투자한 삼성전자 (78,300원 ▼100 -0.13%)가 대표적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100원(1.66%) 내린 6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만4900원까지 내려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내부적 악재와 더불어 거시 경제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고환율은 자동차주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실적에 우호적이지만 주가에는 분명한 악재다. 외국인 수급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투자한 외국인은 환율이 높으면 주가에 아무런 변동이 없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해 달러로 환전할 때 손실을 보게 돼 고환율이 계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부진한 1분기 실적을 올린 네이버(NAVER (184,400원 ▲100 +0.05%)) 등은 주가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날 네이버는 전 거래일 대비 6500원(2.26%) 내린 28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네이버는 기대를 밑도는 1분기 실적을 밝힌 지난 21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실적과 관계 없이 거시 경제 환경이 코스피를 죄다 압박하고 있는 현재 개미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몸을 사려야 한다는 조언이 다수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화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나면 위험 자산에 따른 투자가 강화되기보다 경기 침체라는 환경에 가까워져 더 안전 자산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위험 관리에 주력하며 다음달 초 시장 메시지와 투자자 반응을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적극 매수를 하기에는 여전히 안갯속인 부분이 많다"며 "물타기를 하기보다는 뭔가 해결이 되는 것을 보고 대응하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비 투자가 많은 분야보다는 다소 적은 금융주 등이 안전할 것"이라며 "금리가 인상되고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 설비 투자까지 할 경우 위험이 더 커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