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스텝 선 긋기에도…"양치기 못믿어" 국내 증시 '뚝뚝'

머니투데이

이지윤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사진=(워싱턴 AFP=뉴스1)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안도감이 하루만에 변했다. 미국 뉴욕 증시는 급등 후 폭락을 경험했다. 5일 어린이날 휴장한 국내 증시는 안도감 속 깜짝 상승을 만끽하지 못한 채 폭락의 후폭풍만 경험하고 있다. 긴축 기조뿐 아니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것인데 증권가는 투매보다는 관망할 때라고 조언했다.

6일 오전 11시 1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70포인트(1.41%) 내린 2639.87에, 코스닥 지수는 15.66포인트(1.74%) 하락한 884.40에 거래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4.99% 내리는 등 5월 FOMC 정례회의 이후 상승폭을 반납한 영향을 받았다.

5월 FOMC 정례회의 이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75bp(0.75%포인트·1bp=0.01%포인트) 금리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어 환호한 뉴욕증시는 숨고르기를 거치지도 못한 채 돌변했다. 안도 랠리는 '1일천하'로 끝났다.

증권가는 파월 의장의 달래기성 발언이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파월 의장의 75bp 금리 인상 배제 시사에도 시장은 여전히 7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6월 FOMC 정례회의에서 75bp 금리 인상 확률은 여전히 80%대에 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파월 의장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이례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해 "매우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렵고 이로써 경기 둔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다.

이 가운데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가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목표치를 크게 상회할 것이며 경기 둔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투심은 더 위축됐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75bp 금리 인상 없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렵다는 의견이 부상했다며 "연준의 물가 통제가 실패한다면 경제 전반 비용을 자극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는데 그나마 버티던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인플레이션으로 위축될 경우 미국 경기 심각성은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기대를 높였지만 이 또한 1분기 미국 노동 비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힘을 잃게 됐다. 1분기 미국 단위 노동 비용은 전분기대비 연율로 11.6% 급등했다. 1982년 3분기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증권가는 따라서 진정한 안도 랠리가 벌어지기 위해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데이터로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점에서 한국시간으로 오는 11일 밤 발표되는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확인이 중요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시장에 불안 심리가 팽배하다"며 "립서비스보다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미국 3월 CPI를 정점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2개월 연속 둔화된 것으로 (미국 4월 CPI를 통해) 나타난다면 이후 안도 랠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당분간 코스피 지수가 2600선에서 지지력을 시험받겠지만 미국 4월 CPI에서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신호가 확인될 경우 "경기 불안 심리 진정 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서 코스피 지수가 2800선 회복 시도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서 연구원은 "5월 FOMC 정례회의 결과를 두고 시장 논란은 분분해질 전망"이라면서 "이에 따른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선제적 조정폭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추가 낙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 연구원은 "국내 증시 주가수익비율(P/E) 밸류에이션 레벨이 9.1배 수준으로 팬데믹 당시의 8.8배에 근접해있다"며 "섣불리 투매에 나서기보다 조금 더 관망해볼 가치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