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출연한 전 러軍 장교 "러시아 완전 고립, 현실 직시해야"

사진=BBC 캡쳐

러시아 군사 전문가가 국영TV 방송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우리의 상황은 분명히 더 나빠지고 있으며 러시아는 완전히 고립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하일 호다료녹 전 러시아 대령은 전날 밤 국영 '로시야-1'의 인기 토크쇼 '60분'에 출연해 "솔직히 말하면 우크라이나 전황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100만 명을 무장시킬 수 있다"며 "사실상 세계가 우리의 반대편에 섰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들은 정규군이 아닌 징집병이어서 전력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하자 호다료녹 전 대령은 "우크라이나군은 조국을 지키겠다는 열망을 갖고 마지막까지 싸우고 있다"며 "전장에서의 승리는 동원 방식이 아니라 병사들의 싸울 의지에 달려 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를 쉽게 점령할 수 있을 거란 애초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 의지가 강하고,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군사 지원을 받으면서 의지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꺾였다는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는데, 이런 잘못된 정보에 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호다료녹 전 대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지정학적으로 완전히 고립됐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전 세계가 우리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군사적, 정치적, 기술적 자원이 제한적이고 42개국 연합이 우리와 대적하고 있단 건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과 관련해서도 그는 "핀란드를 향해 미사일을 흔들어대는 건 우스운 일일 뿐"이라며 "상황을 현실적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토크쇼에 함께 출연한 4명은 입을 다물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3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일체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다.

BBC는 "신문이 아닌 국영TV에서 전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러시아 여론을 흔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호다료녹 전 대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언론 기고를 통해 "러시아군 누구도 우크라이나의 소금과 꽃, 빵을 받을 순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이웃국가들의 증오가 과소평가돼 있다"고 침공을 반대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루한스크주 서부 지역의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넘어 서쪽으로 진격하려다가 큰 피해를 본 것이 알려지면서 소셜미디어의 유명인들도 군을 비판하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구독자 30만 명을 거느린 군 출신 블라들렌 타타르즈키는 "전술 부대를 강에 투입한 '군사 천재들'이 누군지 공개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답을 하지 않는 한 군 개혁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