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정책논의 절실" 한목소리

조희연(왼쪽부터), 조전혁, 박선영,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육을 교육 그 자체로 보고 학교 교육의 회복과 아이들 성장에 최우선의 가치를 둬달라."(교원단체)
"책임 있는 교육주체들로서 정책 없는 선거를 깊이 우려한다."(학교노조 단체)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육계 안팎에서 정책 경쟁을 요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사노동조합과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 서울특별시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좋은교사운동 서울정책위원회 등 서울 5개 교원단체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 상황에 대해 "단일화의 여부 등 정치공학만 난무할 뿐, 정작 서울교육을 어디로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코로나 이후의 교육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논의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선거판에서의 비극일 뿐만 아니라 향후 4년간 서울교육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장기간의 재난 상황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학교 교육의 회복과 학생들의 성장을 북돋아야 할 파종의 시간으로 정치공학이 아닌 서울교육정책 자체를 갖고 후보들 간 상호 열띤 논쟁을 펼쳐주길 바란다"며 "우리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로는 7명이 도전장을 냈다. 보수 진영은 지지율 1위인 조희연 후보를 이기기 위해 정책보다는 단일화 방식을 놓고 싸워왔다. 조전혁 후보가 박선영 후보를 상대로 '미친X'이라고 말한 통화 녹취본이 공개되는 등 단일화 성과를 내지 못하자 진흙탕 싸움을 이어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전교조 교육감에게 학교 현장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힘을 합쳐 연대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특히 중도·보수 교육감들이 외치는 '전교조 아웃(OUT)'이라는 구호가 차별의식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0개 지역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지난 17일 후보 연대 출범식을 갖고 이 같은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에 전교조는 지난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전교조 교육 OUT'이란 표현을 선거운동 기간 동안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긴급구제 신청을 냈다.


전교조는 "교육감 선거는 기존 교육감의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일 수 있으나 기존 교육감이 과거에 적을 두었던 특정 교원단체에 대한 평가가 될 수는 없다"며 "'전교조 교육 아웃'이란 표현은 곧 '전교조 교사 아웃'이라는 표현과 동의어이며 전교조 결성 이후 지금까지 참교육 실현을 위해 헌신한 전교조 교사와 퇴직자들을 교단에서 혹은 활동 공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교사와 공무원, 교육공무직 등 학교노조 4개 단체도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공동 정책요구안을 발표하고 정책선거를 강조했다. 이들은 "정당 정치가 배제된 교육감선거야말로 교육정책이 부각돼야 마땅한 선거지만, 정책이슈는 없고 각 진영의 단일화 여부와 세력 대결이 선거의 전부가 되는 양상"이라며 "특권학교 폐지와 수능 자격고사화 등 과열 입시경쟁과 서열교육 극복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교육격차 해소와 평등교육을 위한 정책을 재점화 할 때"라고 전제한 뒤 "교육재정 확보로 선진적이며 질 높은 학교교육 실현하라"면서 △학교 민주주의 확대 △교직원회 법제화 △학교업무 정상화 △모범적 노사관계 제도 구축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