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묻지마 폭행범' 때린 아빠 검찰송치…'정당방위' 인정 안된 이유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식당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A씨가 14개월 된 아기가 앉아 있는 의자를 넘어트리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 YTN 제보는 Y 갈무리

한 식당에서 일면식도 없는 14개월 아기의 의자를 넘어뜨려 다치게 한 20대 남성을 쫓아가 뒤통수를 때린 40대 아빠가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아서인데 누리꾼들은 "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가해자 응징한 아빠 폭행 혐의…."정당방위 도대체 언제 가능하냐?"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빠로서 이해된다 vs 참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경기 김포시 운양동의 한 식당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A씨가 유아용 의자를 넘어뜨려 B(1)양을 다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일로 B양은 뇌진탕(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B양의 아버지 C씨는 순간적으로 분노해 A씨를 따라가 뒤통수를 두 차례 때렸다.

A씨 부모는 A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으니 선처를 부탁했지만, C씨는 같은 일이 또 벌어질까 봐 그를 고소했다. 그러자 A씨 부모도 C씨가 A씨를 때려 병이 더 악화했다며 맞고소했다. 그 결과 C씨는 폭행 혐의로 지난 4월 검찰에 송치됐다.

누리꾼들은 "이게 정당방위가 아니면 뭐가 정당방위냐"며 분노했다. 이들은 "정당방위는 도대체 언제 가능한 건지", "왜 가만히 있던 가족이 피해를 봐야 하냐?", "말도 안 되는 결과다", "맞고소한다는 건 미안한 마음이 아예 없다는 거다" 등 댓글을 적었다.


한 누리꾼은 "저게 무슨 정당방위냐 그냥 무죄 아니냐?"며 "애초에 고소를 받아준 게 이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당방위 불인정…"복수하고 싶은 마음" 진술 결정적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식당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A씨가 14개월 된 아기가 앉아 있는 의자를 넘어트리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 YTN 제보는 Y 갈무리

C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은 이유는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 해서로 보인다.

정당방위 성립요건에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현재의 침해는 당장에 절박해 있든가 또는 아직 계속인 침해를 말한다. 장래에 이르러 비로소 나타날 침해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이미 끝나 버린 침해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C씨는 A씨가 아기 의자를 넘어트린 당시가 아니라 폭행이 완료된 뒤 그를 쫓아가 때렸다. 정당방위 요건 가운데 '현재성'을 충족하진 못한 것이다.

또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못한 결정적 요인은 C씨의 진술이다. YTN 보도에 따르면 경찰조사에서 C씨는 "가해자에게 똑같이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때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 입장에서는 보복성 폭행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지난 24일 A씨도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에 송치된 C씨는 직장 징계위원회에도 부쳐질 처지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